멀리서 그리고 돌아서 안녕, 2024

by 윤음

안타까운 소식 뒤로 한 해가 간다. 내일이면 날짜 앞에 신년이라는 빨간 글씨가 붙는 평범한 하루가 온다. 새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인사말을 건네었을 뿐 특별함이란 탁탁 털어낸 하루였다. 그럼에도 평소보다 견고한 마음을 먹고 하루를 여실히 살아내자고 숨을 삼킨다. 견디기 힘든 안타까움이 살아있음의 감사까지 이어지는 것에 목이 멘다.






새해를 맞이할 때면 감사한 일만 남겨두려 두 손 모아 되새김질을 했다. 2024년의 흘러가는 일상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 하반기쯤 다시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3년 만인 듯하다. 과연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차곡차곡 쌓인 날들을 톺아보니 어느새 단단함이 자리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자기만족'을 위한 행위는 안정감을 선사했다. 그날에 뭘 먹었고, 어떤 기분이었고, 왜 짜증이 났고, 얼마나 정신없는 하루였는지 허투루 보일만한 것들을 많이도 적어놨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그런 시시콜콜한 날들을 지나온 나를 보는 것이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기. 어찌 별일이 아니라 하겠는가. 그 어려운 것을 매일 밤 행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이쯤 되면 일상을 구성하는 씨앗을 매일같이 심는 행위가 아니었을까.


이전에 알고 지내던 작가님께 신간을 선물 받았다. 오랫동안 봐온 내담자와 기쁘게 다시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고, 연말을 맞이해 작은 선물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 안에 나눈 마음과 시간이 참 따스하고 포근해 그대로 잠들고 싶어 진다.

12월부터는 이리저리 분주히 돌아다닌 탓에 오는 휴일엔 꼭 집에 가만히 있어야지. 고대했다. 일주일 중 하루는 종이 접어둔 듯 반쯤 접어두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으면 했다. 언제는 휴일 내내 집에 있는 것이 몸이 근질거려 괴로웠는데 말이다. 이리도 변덕스러운 모습에 질릴 틈이 없다.


이 추위에도 버스에 앉아 창밖을 보면 유독 티끌 없이 깨끗해 보이는 하늘 아래, 아직까지 끈질기게 매달려 광합성을 위해 치열한 생존을 외치고 있는 이파리가 생의 마지막 호흡을 간신히 내뱉고 있다. 한기가 에워싸는 추위지만 창으로 보면 아름답다. 고되고 애타고 지끈거리는 과정이 있을지라도 멀리서 보면, 끝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출근길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지날 때면 찰나이지만 눈부신 광경을 맞이한다. 그 사이를 오가는 매일의 나는 지치고 내일의 나조차 알 수 없어 아름다움을 말하다 한 음절만 내뱉곤 멈춘 채로 산다. 이 또한 멀리서 보면, 돌아서 보면 다르게 보인다. 2024년은 특별함 없이 흘러갔다. 오히려 조금 심심했거나 아쉬움에 가깝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멀리서 보면, 다시금 돌아보면 참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새해에는 감사함을 말하는 날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






무안공항 사고 희생자 및 유가족분들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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