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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Jun 07. 2017

서울역 시계탑 앞에서 만나요

우리는 서울역 시계탑 아래서 만나기로 했다. 


스마트폰 액정에 묻은 얼굴 자국을 슥 닦으며 설렜다. 아마도 처음같았다. 서울역 시계탑 아래 약속은. 영화 <공감>에서 유지태를 기다리던 김하늘도 이렇게 설렜을까.



우리를 서울역 시계탑으로 이끈 건 <서울로 7017>이었다. 정원이 된 옛 고가다리, 요즘 가장 핫한 그곳. 서울역행 버스 곳곳에서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서울역7017의 매력 #1

"서울역 시계탑 앞에서 만나요." 아늑한 향수


매일 버스를 타고 지나지만 정작 그 앞에 이르긴 어려운 곳, 옛 서울역. 이곳부터 시청, 종로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참 진한 역사를 품은 도시에 산다. 삐까뻔쩍한 새 서울역 옆에 조용히 남아 있는 옛 서울역에서 <서울로 7017>은 시작된다. 



그리고 얕은 계단을 빙빙 돌아 <서울로 7017>에 올랐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서울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서울역7017의 매력 #2

서울살이 30년 만의 첫, 서울역의 버드아이뷰


여행자가 된 기분이었다. 날은 흐렸지만 뻥 뚫린 시야만으로 충분했다. 



서울역7017의 매력 #3

혼자 말고, '여럿의 도란도란' 풍경


많은 것이 '혼자'인 세상이다. 하지만 오늘 이 곳에선 모두가 함께 였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도시락을 싸와서 도란도란 나눠 먹는 부부의 모습이 정겹다. 오빠 손 잡고 쫑알거리는 아이의 표정이 싱그럽다. 




서울역7017의 매력 #4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어여쁜 꽃과 나무들


명확히 식별할 수 있는 나무는 은행과 단풍 뿐이다. 꽃은 장미와 해바라기, 튤립 정도? <서울로 7017> 위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꽃과 나무의 푯말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걸었다. 이름도, 모습도 참 어여뻤다. 아이와 함께 였다면 더 좋았을 것을. 엄마도 아이도 태어나 처음 눈과 입에 담는 꽃이름이라니, 그 상상만으로 좋았다. 




재밌는 푯말이 눈에 띈다. '김총수가 나라를 구했다네 나무'라니. 트리플래닛이라는 사회적 기업과 함께 서울시가 반려나무 심기 캠페인을 하는 모양이다. 호기심에 QR코드를 찍어봤지만 아직 김총수 씨의 이야기가 실려 있진 않았다. 아쉬운 대목. 



머지않아 이 곳엔 수많은 아이돌 나무가 들어설 거라 조심스레 예언을 해본다. 



아이와 함께 왔다면 참 좋았을 것 중 하나, 방방! 아이가 이 안에서 방방 뛰면서 나보다 더 높이, 더 멀리 서울의 풍경을 바라보는 상상을 했다. 



사람들이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지나는 이 곳은 '족욕'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올 여름 서울시민들에게 꽤 인기가 좋을 것 같다. 




서울역7017의 매력 #5

사람 냄새 음식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남대문 시장


길은 남대문 시장으로 이어진다. <서울로 7017> 덕일까. 남대문 시장은 정말 사람으로 넘쳐났다. 호떡집에 불날 지경. 보는 것만으로 좋았다. 





한참 시장 구경을 하며 걷다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신발이 비에 젖어 찝찝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게 쾌적했다. 


오늘 참 많은 사람들에 섞여 걸었다. 간혹 어깨도 부딪혔고, 우산살에서 빗물로 튀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웃고 있었다. 마음도 공간도 좁아서 삭막하기만 했던 그 서울이 오늘만큼은 이 곳에서만큼은 여유로웠다. 공휴일, 그리고 뻥 뚫린 이 공간이 준 고마운 선물. 


자주자주

서울역 시계탑 앞에서 만납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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