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55
사춘기 땐 항상 목 말랐다.
사랑, 인정, 관심. 그런 종류의 갈증이었다. 그 갈증이 채워지지 않아 자주 원망했다. 아무나 그 푸념을 들어줄리 없으니 그 대상은 대개 엄마였다. 케케묵은 상처를 철마다 때마다 끄집어내서 항의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같이 울었다.
오늘은 월요일- 출근이 유난히 부대끼는 날. 출근이 빠른 탓에 아직 엄마는 한밤 중이다. 안방 문틈으로 엄마의 발바닥만 확인하곤 현관을 나섰다. 아차. 엘리베이터를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 그냥 안방 들르지 말 걸, 하고 짧게 후회했다. 그 후회가 끝나기도 전에 현관이 열렸다. 엄마였다.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며 딸 한 번 보겠다고 엄마는 맨발로 달려나왔다.
고백하건대 엄마의 사랑이 모자랐던 적은 한 순간도 없었다. 늘 푸념하고 늘 울었던 사춘기 때도 엄마의 사랑은 바다같았다. 다만 그 때 내 마음엔 아주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던 것 같다. 엄마가 바다처럼 사랑을 부어도 소용없었다. 그땐 그랬다. 시간이 그 구멍을 메꾸고서야 그걸 알았다.
난 이만치 사랑받고 있다. 그걸 알게 된 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