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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Aug 21. 2017

가족이 있는 서재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59


후쿠오카를 여행하다 우연히 이름모를 도서관에 닿았다.


일본어 한 자 모르면서 그 한 켠에서 오래 머물렀다. 수많은 책과 서재, 창문과 빛이 주는 묘한 분위기가 날 홀렸다.



삐걱이는 나무 계단을 밟고 내려오며 내내 생각했다. 이런 서재를 갖고 싶다고.


1.

다 읽은 책만 모아놓은 책장을 갖고 싶다.

이 책은 진심으로 읽어 마지막 장까지 다다랐으니

특별히 대접해주는 '다읽음책꽂이'.

커피쿠폰 모으는 것 마냥 이 책장 채우고싶어

욕심날 그런 특별한 책장.


2.

다 같이 둘러앉아

맘대로 딴짓할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이 좋겠다.

책을 읽을수도 그림을 그릴 수도 있어야겠다.

딸아이가 지루해할테니 보드게임같은 것도.


3.

멋스러운 커피 머신 한 대와

각자의 애정과 추억이 묻은 머그잔들.

커피를 내리는 그 소리와 향이 좋다.

여름엔 달그락 거리는 얼음 몇 알과 아.아를.

겨울엔 김 모락모락 라떼나 핫초코같은.


4.

연말 어느 날을 정해 매년 모이는 건?

유치찬란하겠지만 서로에게 편지를 써도 좋겠다.

그 해 여러번 밑줄 그으며 읽은 문장을 선물해도 좋겠다.

그 당연한 하루가 우리 가족의 사진첩에 담긴다면 좋겠다.


5.

이 공간에 우리만의 이름이 있어야겠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우리만의 암호같은.

남편은 유치하다며 고개를 젓겠지만

딸이 하자는 걸 마다할 사람이 아니다.


6.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되어서도

읽고픈 책, 끼적이고픈 글이 많다면.

아이의 아이들에게

이야기 졸라 듣고 싶은 할머니는 참 멋질텐데.


7.

주인공은 책이지믄 풍경이 있다면 좋겠다.

그걸 담을 유리창은 커야겠지. 샷시는 나무색.

그 밖엔 초록색이 많아야 보는 맛이 있을거야.


8.

와이파이는 없어야겠다.


9.

음악은 그 날 읽는 책과 가장 잘 어울리는 걸로

그 시대의 인공지능이 추천해주겠지.

그래도 그 인공지능이 오래된 LP플레이어 모양이라면.


10.

이 곳에 둘러앉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날 아침 메뉴나 용돈 인상에 대한 불만같은

작은 일로 투정하고 있다면 좋겠다.



갖고 싶은 공간을 생각하고

생각해낸 공간을 검색했다.



일단 아파트는 안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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