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65
젊은 시절, 아빠는 바빴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살뜰하지 못했다고 하셨다.
그말에 오랫동안 투덜댔다.
일부러 틱틱대며 내 애정결핍을 과시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
나는 부끄러워졌다.
아빠와 뛰노는 내 딸의 모습에서
아주 오래 전 한 장면이 떠올랐다.
나는 양 발로 아빠 발등에 올라서있었다.
뒤뚱뒤뚱 아빠 발을 타고
무슨 노래를 흥얼거리며 한참을 춤췄다.
그 뿐일까.
놀이공원에서 손 놓친 나를 찾느라
사색이 되었던 그 표정이 기억났다.
내가 지금 이토록 좋아하는 야구란 걸
처음 알았던 그 순간,
내 옆에 앉아 있던 이가 기억났다.
......
내가 시달렸던 건 애정결핍이 아니라
기억결핍이었다.
이만치 사랑받아놓고도 오리발만 내민 고약한 딸.
바쁘게 사느라 딸을 살뜰하게 살피지 못했단 건
'아빠가 너랑 못 놀아줬어'가 아니라
'아빠는 너와 그보다 더 함께 하고 싶었어'.
아빠에게 사랑받지 못한 순간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