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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Oct 09. 2017

'나'이면서 '엄마'이기도 한 삶

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70

아이는 태어난 이래

내게 무한대의 기쁨을 주었다만

한 가지는 앗아갔다.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된 시간


회사에 가든

다른 방에 누워 있든

어딜 가든

나는 아이에게 매여있다.

말하자면 아름다운 구속인데,

나는 4년 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무기수다.


모든 징역살이는 대개 첫 해가 가장 고된 법.

그 매서운 첫 해의 기억을 떠올린 건

오늘 커피를 마시러 들린 카페에서였다.


그녀는

갓 핏덩이를 면한 아이의 엄마였다.

무기징역 1년차.

하지만 초점없는 눈으로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던

나의 그때와는 사뭇 다른 눈빛이었다.


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그녀는

바삐 타이핑을 했고

여유로이 지인들과 눈인사를 나눴다.


한시간 쯤 지났을까.

잠에서 깬 아이를 다독이며 그녀는 랩탑을 덮었다.

웃으며 가방을 맸고 손을 흔들며 카페를 나섰다.


내게 집중할 시간이 없다며

스스로 우울을 파고 들었던

삼년 전의 나완 많은 것이 달랐다.


그녀에겐 그녀의 삶도 있어보였다.

아이가 잠든 아침 나절 한 두 시간을 정해

앞에 폭 싸서 안곤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고 차를 마신다.


아이가 깰 즈음엔 랩탑을 덮고

마지막 한 모금을 삼키고

다시 엄마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어쩌면

엄마이면서 나이기도 한 삶은

무기징역의 모든 순간에 가능하지 않을까.


엄마로만 살아야 한다는

케케묵은 강박과

나로서만 살고 싶다는

헛된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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