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72
화가 치밀어올랐다.
카트에 앉아 함께 장을 보던 아이가
끝도 없이 칭얼거린 탓이다.
마트 입구를 들어설 땐 어르고 달랬다.
과일 코너를 돌 때 쯤엔 간식을 두고 협박했다.
식빵 코너 쯤부턴 침묵했다.
냉동 코너에선 아이를 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징징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집에 가서 야단을 치리라 마음 먹고
계산대에 부지런히 물건을 옮겼다.
얼마나 지났을까.
영수증을 아무렇게나 지갑에 넣으며
아이를 돌아봤다.
......
아이는 자고 있었다.
오후 5시, 달님은 아직 출근 전이다.
아차 싶었다.
아침,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오늘부터 낮잠을 재우지
말아달라 한 건 나였다.
오늘 아이는 한잠을 못 자고 종일 놀았다.
피곤했고,
잠이 왔고,
카트는 딱딱하고 불편했다.
엄마를 곤란하게 하려
부러 떼를 쓴 게 아니라.
...
잠든 아이를 들쳐업으며
아이를 보며 뱉었던 한숨이 미안했다.
아이를 윽박질렀던 몇 마디 말이,
아이를 보며 찌푸렸던 미간이 미안했다.
아이에겐 이유가 있었다.
그 마음을 몰라준 건 나였고.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