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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도그림 Nov 19. 2023

아침 준비운동

혹은 모닝 루틴

매일 아침을 맞이한다. 어제도 아침이 왔고, 오늘도 아침이 왔고, 아마 내일도 어느덧 날이 밝을 텐데, 왜 우리는 아침이 오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일까? 시원하고 맑은 아침 공기에 기분이 소소하게 좋아지는 것일까?


새로움, 그것은 새로움이다. 공책의 빳빳한 다음 장, 어제와는 구분되는 오늘이라는 시간의 시작. 완전히 깨끗한 흰 종이는 아니다. 어제의, 그제의, 어느 먼 과거의 잔여물들이 몸에 묻어서 우리의 뼈와 살과 관절의 각도와 탄성을 이룬다.

 

*


매일 아침에 하는 작은 의식이 있다. 일종의 준비운동 같은 것이다. 하루보다 하루를 준비하는 이 시간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때로 생각한다.


먼저 침대에서 굴러 내려와 세수와 양치를 하고 물을 마신다. 그리고 곧바로 매트를 편다. 몸과 접촉하고 그 상태를 의식하는 시간이다. 목을 늘리고 허리를 비튼다.캣 앤 카우, 코브라, 다운독, 스콜피언, 로우 런지, 워리어 투, 몸이 기억하는 동작들을 한다. 때론 10분 분량의 아침 요가 영상을 틀어두고 그들과 함께 움직인다. 삐걱거리는 몸에 뼈들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는다.


다시 자리에 앉으면 이제 두 질문이 돌아오는데 멍하게 화두를 두고 생각이 흐르게 둔다. 매일 생각해보는 아침의 짧은 물음, 오늘 느낌의 윤곽을 그리는 질문이다.  


첫번째는 넓게 시작한다.

- 오늘이 어떤 하루였으면 좋겠어?

대답은 한 두 단어 정도로 두는데 대체로 이런 말들이 자주 떠오른다.  

: 느린, 쉽고 단순한, 음악적인, 향기로 가득한, 우아한, 지적인, 활기찬, 적극적인, 실험적인……

물, 불, 공기, 흙 이라는 근원적인 원소들에서 상상을 이끌고 와도 좋다.

: 마음이 흐르게 두는, 타인에게 따뜻한, 스파크 튀는, 가벼운, 투명한, 호흡하는, 뿌리를 내리는, 단단한, 수확하는….


이는 하루의 테마 같은 것이다. 오늘의 필요에 따라 떠오른 단어에 닻을 내려보는 것. 하루의 한복판에서 종종 아침의 의도를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또 자주 이 단어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오늘은 그래서 음악적이었나? 지금 나는 우아한가?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질문은 쾌에 관한 것이다.

- 오늘은 무엇이 즐거울까? 무엇이 나에게 즐거움을 줄까? 오늘 무엇을 기대하는가?  

: 향기로운 커피, 맛있는 음식, 요리할 레시피, 산책하는 시간, 오늘의 날씨, 오후에 만날 사람, 퇴근 후 요가, 오늘 입을 옷, 직장에서 나눌 소소한 대화, 이따 볼 전시, 읽고 싶은 글, 미적인 문장, 맡은 업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기대할 것이 없는 날에는 그저 두기, 받아들이기, 굴복하기 surrender, 식물처럼 그저 존재하기……. 수동적이고 수용적인 태도가 즐거움을 주지 않을까 하고.


깨어나는 시간의 몽롱하고 옅은 단어들. 말들이 흘러간다. 오늘 이 세계 속에 존재하는 방식이, 내 언어와 움직임과 기분이 이러했으면 좋겠다는 어렴풋한 바람이 오늘의 몸에 스밀 만큼만 스민다.


일어나 매트를 정리한다. 커피를 내리고 물을 따르고 의자나 소파에 앉는다. 새벽 어스름 속 나무와 바람이 고요하게 일렁인다. 빛이 밝아오고 풍경은 점점 선명해진다.


영원히 준비 운동만 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 준비하는 기분 속에 계속......

하지만 시간은 가고 어느덧 자리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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