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알고 싶은가. 진리를 들려주겠다.>
식물을 가꾸었다. 물을 주었다. 때론 눈물을 주고 때론 내 똥을 거름으로 주었다. 노래도 들려주고 함께 춤도 추었다. 아뿔사. 그런데 한동안 식물은 병이 든 듯 했다. 말라 버리고 피로해 버리고 이제 그만 존재를 그치려고 마음을 먹은 듯 했다.
어느날 밤 나는 검은색을 생각했다. 그리고 거기서 웃음소리를 들었다. 그것을 동경하는 눈빛을 보았다. 나는 눈물을 흘렸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식물의 아스라질 듯한 꽃봉우리가 활짝 개화한 것이다.
거기서 거만한 입이 피어났다.
거만한 입이 말했다.
<진리를 알고 싶은가.
진리를 들려주겠다.>
<삶은 산다.
삶은 살고 삶은 산다.
이 순환 고리 속에 너와 나와 자연이 있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할 수 있다.>
<참으로 무력한 진리로다!>
나는 탄식했다.
나는 이 꽃이 거만한 입임을 안다.
<그렇지만, 웃었던 자가 있다.
빛 색의 웃음이었다.
그 중 몇은 웃음의 비밀을 적었다.
하지만 스스로 웃기 전에 그 비밀을 알 수는 없다.>
<지도는 어디에 있지?>
나는 물었다.
<지도는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쉽게 읽을 수 없을 뿐.>
<귀를 기울이면.>
내가 말했다.
<그래, 귀를 기울이면.
다민 지도에서 길을 잃지 않아야 한다.>
<검은 웃음을 웃는 자들을 조심해라.>
거만한 입이 말했다.
나는 환각과 환영을 떠올렸다.
<그 자들은 나약하다.>
나는 거만한 입의 말을 이해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한참이 지나고 거만한 입이 입술을 달싹였다.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단단히 힘이 들어간 내 손이 거만한 입을 향해 다가갔다.
거만한 입은 눈치를 챘다. 마지막 순간 소리를 질렀다.
<살려줘- >
나는 거만한 입을 꺾어 버렸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신발을 신고 산책을 하러 나갔다. 이따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 것이다.
거만한 입은 가장 높은 순간에 박제되었고 나에게 문신처럼 각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