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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도그림 Sep 15. 2020

9월, 오전 7시 53분, 19℃

초가을 아침


산수유 나무의 주름진 잎 뒤로 단단한 녹색 열매가 알알이 달려있다. 녹음의 막바지에 이른 잎들에는 짙고 빳빳한 윤기가 돈다.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접어든 9월의 아침이다.


한껏 시원해진 공기는 소매의 얇은 틈으로 들어와 분주한 아침의 열기를 씻겨주고, 비스듬한 태양은 걸어가는 자의 뒷모습에 따뜻한 빛 줄기를 드리운다. 거리엔 멈추고 달리는 차의 자취 뿐 고요하여 얼핏 아무 소리도 없는 듯하다.


쾌청한 아침의 출근길에는 바흐의 인벤션 1번처럼 공기를 부스리며 가볍고 서슴없이 나아가는 쳄발로 소리가 어울린다. 무심하게 한 음 한 음 건드리는 왼손과, 오른손의 유쾌한 트릴이 오늘의 다리와 머리처럼, 왼발과 오른발처럼, 노력하지 않는 조화를 이루며 앞으로 나아간다.


구름 한 점 없는 투명한 하늘이 빛만을 담은 채 펼쳐져 있다. 시원한 하루의 감촉이 손목에 부드럽게 감겨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951ui4n-4WU

https://www.youtube.com/watch?v=ajh-L6mK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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