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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녀 Dec 20. 2023

짧은 인생을 살다 간
87년생 은하수에게

이름이 정말 예뻤다.

은하수.

은은하게 반짝이고 있는 그 이름을 발견한 것은 무연고 사망자 공고에서였다.


출근해서 신문을 폈다.

이런 저런 기사를 읽다 순간 조그맣게 실린 공고에 시선이 박혔다.


'무연고 사망자 공고'


가끔 그렇게 신문에 광고를 싣고 있었는데 미처 몰랐던 것인가.

처음으로 눈길이 갔고 자세히 살펴봤다.

나이가 많은 분도 있고 아직 돌아가시기엔 이른 나이라고 생각되는 분들도 많았다.

모두 17명의 무연고 사망자 명단이 실려 있었다.

그중에 단연 내 눈에 들어온  한 사람이 있었다.


성명     은하수

성별      여

생년월일  87년 0월 0일

주소   부산 00구 00길 0동 0호

사망일시  23년 8월 2일 12시 40분

사망 장소 부산 0구 000 병원

사망원인  병사


아직 젊은데 어디가 아팠을까? 

병원에서 아파하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혼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옆에 아무도 없었을까?

보고 싶은 사람은, 찾고 싶었던 사람은 없었을까?

옆에 있어주길 바랐던 사람은 없었을까?

슬펐을까? 

세상에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했을까?

눈을 감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지막 순간 병원사람들이 슬퍼해줬을까......


문득 은하수라는 이름이,

진짜 이름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는 게 힘이 들어 개명한 것일까?

아니면.. 이름을 몰라 병원에 왔을 때 누가 그냥 지어줬을까...

아니면.. 정말 사랑을 담아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일까...


구청은 공고를 통해 시신을 인수하길 기다린다.

무연고 사망자들은 화장 이후 5년 동안 안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으면?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은하수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아이가

마지막에라도 가족을 찾았으면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슬퍼해줄 사람을 찾았으면 한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다.

혼자 왔다가 혼자 간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신문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이름,

내 마음은 추운 바깥 기온만큼  얼어붙었다.


2023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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