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별후

묘비석 먼지는 외로움의 두께

by 집녀

아버지를 찾아뵐 때마다 묘비석을 몇 번이고 닦는다.

새똥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마음이 아프다.

이번에는 한 달여 만에 찾아가는 거라 그런지

생각보다 깨끗했다.

평소에도 아버지뿐 아니라 산소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묘비석도 닦았다.

너무 더럽다 싶은 친척 묘비석도 가끔은 닦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친척들 묘비석을 다 닦았다..

왠지 마음이 그러고 싶었다.


비바람으로 어느 정도는 닦인 이유도 있어서

개별 묘비석마다 그리 큰 차이는 없긴 했지만

그래도 어떤 묘비석은 생각보다 묻어 나오는 먼지가 덜했고

어떤 묘비석은 켜켜이 쌓여 있던 먼지가 시커멓게 나오기도 했다.

가족들이 자주 찾아오는 묘와 그렇지 않은 묘의 차이.

그래서 묘비석 먼지는 왠지 외로움의 두께처럼 느껴졌다.

혼자 쓸쓸히 묻혀 있는 외로움.

그래도 우리 가족 산소에는 일가친척들이 같이 있어서

크게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다른 분들의 묘비석을 닦으며 속으로 기도했다.

"우리 아빠 외로움 잘 타는 분이니 거기서 좀 잘 봐주세요, 제가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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