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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온천여행

by 집녀

나이가 드니

새로운 곳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보다

마음에 드는 곳을 자주 찾고 오래 머무는 것이 더 좋더라.

그래서 내가 겨울에 꼭 가고 싶은 곳은

바로 온천이다.

그중에서도 '덕구 온천'


누가 내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물이 좋은 온천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그래도 많이 돌아다녀본 경험으로

덕구온천이라고 하겠다.


물이 다르다.

몸이 보들보들해지는 것이

물에다 물미역을 풀어놓은 것처럼

물이 부드럽다.

그 물에 씻는 얼굴이며 몸이며 머리카락마저

린스를 하지 않아도 부드럽게 느껴진다.


아빠 엄마 내가 다니던 덕구온천에,

이제는 아버지 없이 엄마, 나 둘이 갔고,

이번엔 엄마와 띠동갑 아래인 이모를 동행자로 모시고 갔다.

세 여자의 온천여행.


부산에서 포항으로 가서 물회를 먹고,

덕구온천에 도착해서 온천을 하고,

저녁은 온천 근처에 있는 옹심이 칼국수와 감자전을 먹고

밤새 뜨끈 뜨끈한 온돌에서 수다를 떨고,

다음날 아침 일찍 온천을 또 하고

호텔 조식을 먹고

나와서 금강송 눈길 드라이브를 하고,

불영사에 가서 대추차와 팥죽을 먹고,

불영사 계곡의 웅장함을 느끼며

내려오는 길에 포항에 들러 청어 과메기를 먹고

죽도 시장에서 알이 빨갛게 배어 있는 강구 가자미를 사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니 어두컴컴해졌다.


참으로 행복하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멋진 풍경을 보며, 맛난 것을 먹고

몸도 지지고.

언제 다시 와보겠냐며 욕탕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엄마와 이모에게

"일 년에 한 번은 꼭 모시고 올게"

라며 즐거운 기대감을 심어드렸다.


울진 금강송 탐방로 가는 길


불영사에 예쁜 찻집이 새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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