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일상

따뜻한 집이 주는 감사함

by 집녀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창 밖을 바라봤다.

'오늘 춥다던데...'

이 말을 떠올리는 순간 감사함이 몰려왔다.

만약에 집이 추웠다면.

'아이고 추워. 오늘 정말 춥겠네'

라고 일어나자마자 직관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방안은 온기로 따뜻했고 바깥세상의 추위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다만 아파트 사이에서 나오는 보일러 김이 폴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오늘 춥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감사하다. 참으로 감사하다.

뭘 이런 것에 감사하겠냐 싶겠지만 내게는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불과 십 년 정도 전만 해도 나는 주택에 살았다.

방마다 난방기를 켜도 코끝에 닿는 추위는 막을 수 없었다.

유리창 문틈으로 바람이 술술 들어오고 있었고, 방바닥을 아무리 따뜻하게 해도

무릎 위로는 그 온기가 전해지지 않았다.

겨울이 오면 나는 시위하듯이 방 안에서 털모자를 쓰면서

아파트로 제발 이사 가자고 부모님께 하소연했다.

겨울 아침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은 더욱 곤욕이었다.

화장실에 딸려 있는 그 작은 창문으로도 바람이 술술 들어왔다.

세수하는 것도 달달 떨며 했다.

그래서 나는 어디를 가나 겨울에 화장실이 추운 곳이 제일 싫다.


왜 우리는 이렇게 가난한 거야!

왜 우리는 이렇게 추위를 겪어야 하는 거야!

부모님의 마음을 긁어내고 있었다.

그때 내가 재테크, 혹은 결혼이라도 했으면 그 주택을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10살 때 이사 와서 30년 가까이 산 그 주택을 떠날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파트 따뜻한 화장실에서 그런 추위는 없다. 감사하다.


올 들어 가장 춥다는 추위가 몰려왔는데,

나는 유리창안에서 아늑하고 따뜻함을 느끼며,

주택의 추위에서 아파트의 따뜻함으로 이동한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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