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차/ '성취감'이란 것을 느끼다

by 집녀


같은 시간 같은 곳을 걷는 것. 4일째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이다.


3.7km를 다 걸으면 땀에 흠뻑 젖을 것 같다. 조지아 주의 한 낮은 한 여름과 비슷하다. 한국은 아직 겨울 추위가 지속되겠지만 조지아 주는 이미 봄을 건너뛴 여름에 접어들었다.


걷기 운동을 단 나흘 했을 뿐인데 벌써 뿌듯함을 느꼈다. 성취감이라는 것을 느꼈다. 사소하지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뭔가를 해내고 있다는 느낌이 눈물 날 정도로 좋았다. 이 성취감은 아주 오랫동안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고마운 감정이었다. 물론 고작 나흘 한 것뿐이긴 하지만 말이다.


20200318_084452.jpg 아침 햇살 가득한 공원의 풍경


학생 때는 남들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창의성의 뛰어났다. 그림을 그려도 글을 써도 칭찬을 받았다. 천재적인 능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잘한다’는 평가는 받았다. 남들의 기대란 얼마나 달콤한 것인가.


'00이 이번에는 무얼 쓸까? 무얼 그릴까 ?'


기대를 받는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뿌듯한 일이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적어도 자랑할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그런데 일을 하고 나서부터는 ‘무엇인가’가 사라졌다.


나는 지역 언론사 기자다. 질보다는 양으로, 한 사람이 열 사람의 일을 해내야 했다. 버거웠다. 좀 더 시간을 들여 좋은 기사를 싣고 싶지만 배부른 소리다. 훌륭한 기사를 쓰겠다는 목표는 돈이 되는 기사를 쓰는 것으로 변질돼 갔다. 영혼이 타락하고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성취감을 잊고 살았다. 일을 통해 느껴본 적이 없었다. 노력해도 성공하기란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점점 투명인간이 되어갔다.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내가 잘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없는 듯 말이다.


고인이 된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아침마다 새색시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일어난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마음이 그렇다고 했다. 세상에. 제정신인가(죄송하다). 전설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들에겐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다. 평범한 난 그저 출근하는 것이 지옥에서 눈 뜨는 것만큼 싫었다.


인류는 걷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모습이 되었다. 두 발로 걷는 것이 인류의 발전의 첫 시작이었다. 하지만 걷는 행위의 중요성은 일상에서 잊혀갔다.


내가 무심코 하던 그 걷기 행위에서 성취감을 느낄 줄 예상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