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이 아니다. 천재지변, 즉 날씨 때문이다.
어제저녁부터 낙뢰와 천둥으로 이상 날씨가 감지됐다.
처음에는 어둠에 실금처럼 갈라지는 낙뢰를 보며 낭만적이라 생각했다. 미국의 날씨는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생존의 위협을 느꼈다. 대피소를 찾아야 하나 고민했다. 낙뢰는 금방이라도 살고 있는 집을 두 조각낼 것 같았고 비는 홍수가 돼 집을 쓸어 삼킬 것 같았다.
공포감에 옆방 룸메이트 문을 두들겼다. 놀랍게도 자고 있었다.
룸메이트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안전 불감증이다.
지금까지는 없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일어나지 말란 법이 있는가. ‘수십 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다’라는 뉴스 인터뷰도 본 적 없는가? 이상기후 현상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천둥번개 빗소리에 잠은 글렀다. 노트북을 꺼내 일기를 유서처럼 썼다.
비는 강도만 조금 약해졌을 뿐 아침에도 그치지 않았다. 운동을 포기했다. 괜히 비바람 맞으며 운동하다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다. 감기인지 코로나 인지도 불분명 하니 말이다. 작심사일의 이유는 순전히 타의에 의해서다. 변명이 된다. 운동을 못하고 집에 갇혀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 가슴이 옥죄인다. 오늘 하루는 외출 없는 감옥생활이 계속될 것이다.
씻지도 않고 침대에 들러붙어 시커먼 하늘을 보다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