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있다면 적어도 정의가 있을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은 딴판이다.
그런 내가 요즘 신을 들먹인다. 신이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나는 운이 없다고 생각했다.
정직한 삶. 절대 공짜가 없고 절대 운빨이 없고 절대 시기가 좋은 적이 없었다.
노력한 만큼 보상도 없다. 노력이 허사가 되는 일이 다반사였고 노력이 배신으로 돌아왔다.
노력을 인정받는 일은 드라마에서나 봤다. 그냥 운이 없다고 탓하고 싶었다.
미워할 대상이 없는데 미워하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이었다.
그냥 모든 탓을 자신에게 돌리기로 했다.
그러다 결국 병이 난 것이다.
애당초 운은 기대도 안 했던 삶이었다.
하지만 미국에 와서까지 자꾸 일이 틀어지면서 믿지 않던 신까지 들먹이며 미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신에게 대고 하소연하고 싶다.
행복 찾아 발버둥 쳤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초를 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갖가지 생각으로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했다.
살 길은, 그것뿐이었다.
나는 원래 책을 별로 읽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한번 크게 실연을 당하고 인생이 달라졌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는데 바람직하게 책을 손에 쥐었다. 책에서는 나처럼 괴로운 사람들이 많았다. 독서를 통해 내가 지혜롭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알게 됐다. 모든 일에는 다 뜻하는 바가 있구나.
실연은 독서를 가능케 했다.
지금의 상황은 판단이 안 선다.
아무것도 못한다. 나가지 못하니 사람도 만나지 못한다.
연애라도 해보겠다는 꿈은 꿈으로 끝날 판이다.
꿈으로 여겼던 남미 여행도 꿈으로 끝날 판이다.
마흔 넘어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겠다고 큰 맘먹고 왔는데 좁아터진 방에서 갇혀 지내야 하다니.
평생의 기회가 물거품이 될 판이다.
신의 뜻이 궁금했다.
신의 계획이 혹시 운동일까. 걷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역경을 운동으로 이겨낸 사람들이 오히려 떼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나는 긍정의 마음을 잃지 않기로 했다. 걷기 운동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나온 선택이다.
7일 차 운동을 완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