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발행버튼을 누르는 행위는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처음 발행 버튼을 누를 때 얼마나 오래 망설였던지.
내일 발행해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데,
내 글을 읽어주는 고정 독자도 없는데,
평생 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되는데...
나는 검은색 마우스 왼쪽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린 채 끝내 누르지 못하고,매번 옆에 있는 든든한 저장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노트북 화면에 하얀 백지의 한글 새 파일을 열어두고 한참을 응시하곤 했다. 하얀 백지가 무언가를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처럼. 무작정 자판에 손을 올려놓고 무언가를 꺼내놓는 것이 두렵고 어색했다.
'이 글을 쓰면 발행버튼을 누를 수 있을까? 내 글, 이대로 괜찮은 걸까?'
그때 나의 글쓰기는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약간의 설렘이었다.
책을 읽고, 생활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내 몸과 마음이 쏙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무수하게 흩어져있는 기억의 조각들 속에서 용케도 그 시점,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면 연쇄반응처럼 그 사람과 함께했던 장소,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그런 느낌이 들면 핸드폰 메모장이나 노트북을 열고 그 느낌이 사라질세라 정신없이 글을 남겨놓기도 한다. 글을 써 내려가면, 카메라 렌즈에 눈을 대고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그때 그 분위기, 그 표정, 그 대화가 점점 선명해진다. 그렇게 선명해지는 기억으로 기분이 나빠지기도 하고, 눈물이 와락 쏟아지기도 하고, 반가움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아직은 초보 작가라, 그 감정의 여러 모습을 글에 모두 담지도 못한 채 흘려보내기도 하고, 감정에 휩쓸려서 삭제해야 하는 글을 쓰기 일쑤다. 글을 쓰고 있는 나의 모습이 어색하고 낯설기만 한 초보 작가이기에 지극히 당연하다며 나를 위로한다.
하지만 역시 글쓰기는 치유의 과정이다. 매일매일 부끄러운 글들을 쏟아내며 나는 '과거의 나'를 만난다. 지금 보다 더 어설프고 얼렁 뚱땅이지만 순수하고 순진했던 나를 만나 고민을 들어주고, 괜찮다 토닥여주고, 미워했던 누군가를 용서하고, 사랑했던 누군가를 추억한다. 그 만남의 끝에 피어나는 안도감과 따스함은 지금의 나를 치유해 준다. 그렇게 과거로 가는 지도를 조금씩 만들어 내는 과정이, 지금 나의 글쓰기다.
현재를 살지만 과거로 향하는 나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다. 아직 미래를 이야기하기엔 정리할 과거와 현재가 많은 사람 마냥, 과거의 손짓과 시그널을 무심히 넘길 수 없는 것 마냥, 놓을 수 없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과거를 찾는 것 마냥, 그렇게 써 내려가 보고 싶다.
오늘도 나는 나를 만나 손을 잡고 작은 골목길을 걸었다. 특별한 사건의 순간은 아니었지만 같이 이야기하며 '그랬지 그랬어' 하며 맞장구를 쳤다. 언제 어디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일도 우린 만나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