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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ra윤희 Apr 04. 2024

내비게이션 없는 도전

 난 길치다.

 초등 3학년 때 친구 집에 초대받아 혼자 갔는데 복잡한 골목을 헤매다 결국 친구 집을 찾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눈물을 흘리며 길을 더듬어 보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큰길을 찾아 미로를 탈출하는 것뿐이었다. 


 요즘도 가끔 미로 같은 골목을 들어가면 식은땀이 흐를 때가 있다. 약속된 사람과의 친밀도가 떨어질수록, 약속 시간이 다가올수록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집을 나서기 전에는 항상 내가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전제를 한다. 항상 15분 정도 먼저 집을 나서고, 초행길일 경우 출발 전에 장소를 지도에서 꼭 검색해 본다. 


 이런 나에게 인생 최고의 도전은 운전이었다. 운전면허를 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내가 운전면허를 땄던 2007년에는 내비게이션의 기능이 요즘 같지 않았다. 보조 수단이었을 뿐 전적으로 의지하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운전 초보의 첫 도전은 파주 아울렛이었다. 자유로를 타고 직진으로 달리다 보면 길치라는 것도 잊고 신나게 액셀을 밟을 수 있을 것이란 지인의 추천이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차들도 신나게 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채 시작된 ‘환장의 질주’였지만 나는 용케 차선을 변경해 파주 아울렛에 도착했고, 그날의 성공을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도전에 필요한 것은 뭘까? 열정, 준비, 해낼 것이라는 믿음, 조금의 무모함이려나. 도전 속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고, 땀을 흘릴 수도 있고, 무능한 나를 발견하고 주저앉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어릴 때 내가 길을 잃었을 때처럼 큰길로 나오자. 다시 한번 큰 줄기를 잊지 말고 전체를 바라보면 다시금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길 테니.


인스타그램 @nousand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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