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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ra윤희 Apr 05. 2024

우리 집 앞마당에도 벚꽃은 핀다

 일본에 핀 사쿠라 앞에서 찍은 남편의 사진을 보고 나도 언젠가는 꼭 일본 사쿠라 축제에 가보리라 마음먹었었다. 결국 나는 2019년 4월 1일 온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떠났다. 바닷바람 때문인지 유난히 깨끗한 하늘과 딱 좋은 봄 날씨, 하늘을 가득 메웠던 일본의 사쿠라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사쿠라 꽃잎과 가지가 만든 그늘, 미처 메꾸지 못한 하늘 틈 사이 햇살을 눈에 가득 담겠노라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굳이 일본으로 갈 필요는 없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가로수도 벚꽃이었고, 우리 집에서 20분만 걸으면 펼쳐지는 강변을 따라 벚꽃이 가득 피어있고, 중랑천을 건너 서울숲으로 가면 기가 막힌 벚꽃길이 가득이다. 왜 그걸 몰랐을까.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한 일이다. 분명 2019년에도, 그 이전에도 피었을 벚꽃이 작년부터 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5년 전만 해도 나는 행복을 먼 곳에서 찾으려 했던 것 같다. 일본의 사쿠라와 한국의 벚꽃이 어찌 다른가 하는 호기심도 아니었다. 단순히 일본에 있는 아름다운 꽃을 봐야만 행복할 것만 같았다. 고개만 돌리면 수북하게 피어있고, 조금 걸어 나가면 하늘을 하얗게 채운 벚꽃이 만발이건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 행복이 있고 두근거림이 존재했건만.


 오늘 아침엔 운동화 끈을 바짝 잡아매고, 모자를 눌러썼다. 벚꽃이 내년을 기약하기 전에, 꽃잎이 소리 없이 떨어지며 이별을 고하기 전에 사진과 영상에 담고 싶다. 마치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처럼, 짙은 아쉬움을 품고 이 시간을 함께하다 보내고 싶다.


인스타그램 @nousand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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