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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ra윤희 Apr 08. 2024

달고나는 불량식품 아니에요

 어릴 적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꼭 먹고 싶어 했던, 아니 만들고 싶어 했던 불량식품이 있었다. 그건 달고나 뽑기. 용돈이 생기면 쪼르륵 달고나 아줌마에게 달려가 자리를 잡고 앉아 한동안 멈출 줄을 몰랐다. 아줌마는 동그란 국자에 사르륵 하얀 설탕을 두 스푼 부어준다. 설탕이 녹고 소다를 한 꼬집 넣으면 투명했던 설탕이 갑자기 불투명한 밝은 갈색으로 변하며 한 껏 성질을 부리고 부풀어 오른다. 나는 그 신비한 순간에 중독되어 매일 열심히 빙글빙글 나무젓가락을 저어댔다. 지금 생각하면 설탕이 살찔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딱히 불량할 것이 없었다. 설탕, 소다 그 외에 조금의 식용색소였으려나?


 다소 선을 넘어 기억에 남는 불량식품 사건은 2004년 쓰레기만두 사건이었다. 한 식품기업이 만두를 만들 때 중국산 단무지나 썩은 무로 만든 소를 이용해 불량만두를 납품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도 집에서 가끔 냉동만두를 간식으로 먹곤 했던 터라 충격이 심했고, 심지어 요즘도 만두를 찔 때 “쓰레기만두”사건이 떠오른다.


 요즘은 식품 제조 공정이 투명해져서 불량식품이 많이 사라졌다고도 하지만, 냉동식품과 밀키트가 판치는 세상이 되어 불량식품의 기준 자체가 흐려지는 느낌이다. 만약 환경호르몬이 불량식품 여부의 기준이 된다면 판매되는 모든 식품이 불량식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늘은 냉장고에 있는 부추를 깨끗하게 씻어 바삭바삭한 부추전을 굽고 보글보글 구수한 된장찌개를 끓여보겠다 다짐해 본다.


인스타그램 @nousand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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