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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ra윤희 Apr 02. 2024

어둠이 있어야 밝음이 빛난다

결혼은 나의 잔잔했던 겨울 리듬을 단번에 깨뜨렸다. 

결혼을 하니 시댁 식구들의 생일, 시댁의 제사, 이 모든 것이 12월에서 2월 사이에 집중되어 있었다. 차례대로 태어난 3명의 아이들도 약속이나 한 듯 1, 2월에 세상의 문을 열었고 그렇게 모든 행사가 겨울에 집중되었다. 겨울은 고즈넉함과 동시에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역동성도 지닌 아름다운 계절이었다. 하지만 가족 행사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겨울은 그저 떠나보내고 싶은 계절이 되고 말았다.

  

 분명, 기억에 남는 겨울, 아름다웠던 겨울, 찬란했던 겨울도 있었을 텐데 지금 돌아보면 그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던 겨울만이 뇌리에 남아버렸다. 너무 억울하다. 10월에 있는 내 생일도 왠지 겨울 행사의 포문을 여는 듯한 느낌이 들어 싫어지게 된 지금이 싫다. 


 덕분에 여름을 사랑하게 되었다. 여름은 겨울을 버티고 정신없는 봄을 넘어 시작된 계절이고 가을이란 단풍 보호막이 겨울을 뿌옇게 감춰줘 안심이 되는 계절이다. 나에게 여름은 땀으로 끈적하고 매미로 시끄러운 계절이 아닌 다정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최상의 계절이 되었다. 


벌써 덥다. 해가 길다. 여름이 오고 있다. 일단 설레어볼까.


인스타그램 @nousand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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