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정가족들과 함께 모여 홍게를 먹었다. 날씬, 길쭉한 홍게다리 안에는 먹거리가 거의 없는 터라 우리는 모두 1인 1 홍게를 하기로 했다. 여동생네 가족까지 모두 오니 모두 9명이 모이게 되었고 홍게 한 마리가 부족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초5, 초3 꼬맹이들까지 모두 '개딱지 밥'을 한 그릇씩 뚝딱 먹어치우는 통에 나는 홍게 몸통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이 괜히 나에게 미안해하고 신경 써주는 분위기가 불편했다. 난 얼른 일어나 라면을 준비했고 홍게의 롱다리들을 물에 투하하여 최대한 육수를 뽑아냈다. 거기에 MSG 가득한 라면 스프, 꼬들꼬들 맛있는 면발 추가. 홍게의 업그레이드 버전 홍게라면이 완성되었다.
모두 한 마리씩 들고 홍게에게 최대한 살을 뜯어내려고 다양한 표정과 포즈가 나오는 그 시간이 소중했다. 홍게가 한 마리 부족하면 어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추억이 되는 걸.
나의 홍게라면을 보고 홍게라면 4그릇 주문이 들어온다. 그런데 이번엔 라면이 부족하다. 홍게는 참아도 홍게라면은 못 참지. 내가 얼른 먹고 라면 사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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