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bra윤희 Apr 12. 2024

새벽, 강변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운동

 어느 초겨울 새벽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다. 이상하게 그날은 눈뜨자마자 머리가 맑았다. 벌떡 일어나 물 한 잔을 마시고 간단하게 차려입은 후 운동화 끈을 잡아맸다.


 자주 가는 강변에 나가니 드문드문 운동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직 어둠이 다 가시지 않아 새벽 느낌이 물씬 이었다. 걷다 뛰다 하면서 운동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저 멀리 뿌연 어둠 속에 어떤 사람이 나를 보고 반긴다.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휘저으며 ‘나 여기 있다.’는 듯 신호를 강렬하게 보낸다. 주변을 살펴보니 아무도 없이 나 혼자였기에 그 수신호는 나에게 보내는 것이 맞았다. 행여라도 내가 지인을 못 알아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어 수줍게 손바닥을 얼굴까지 올려 흔들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몇 초 후 반가움은 공포가 되었다. 엄청 빠른 속도로 나에게 반가움(?)을 표현하며 다가오는 사람의 몸짓이 기괴하고 이상하다. 얼굴은 검고 눈코입도 안 보이는 것 같았다. 잠시였지만 ‘귀신인가?’하는 생각이 스쳤고 시간은 멈춰버렸고, 수신호의 그 사람만 빠르게 나에게 돌진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무릎사이에 박았다. 휙 하는 바람과 함께 그 사람 혹은 귀신이 내 옆을 지나갔다.

사진출처 canva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자세히 뒤돌아 보니 한 아저씨가 나를 바라보며 멀어지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뒤로 걷기 운동을 하며 팔운동도 함께 하고 계셨던 것이다. 걷기라기보다는 뛰기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내게 다가오던 아저씨의 뒷모습. 잊을 수 없는 그 뒷모습을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난다. 얼굴 없는 귀신에게 살짝 손을 올려 수줍게 인사하던 나의 모습, 본 사람은 없겠지? 설마.


인스타그램 @nousandmind

대문사진출처 네이버이미지

이전 09화 얼굴에 느낌표가 있는 남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