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bra윤희 Apr 26. 2024

죽기 전에 생각날 것 같은 너

 

인스타그램 @nousandmind

 세상이 당장 내일 끝난다면. “누구를 만날 것인가?” 혹은 “어떤 말은 전할 것인가?”이런 질문에는 생각을 해본 것 같지만 “마지막 한 끼를 먹어야 한다면”이란 질문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말이다. ‘죽기 전에 마지막 한 끼’라고 생각하고 글을 써 내려간다.


 다이어트한다고, 아이들과 남편 밥 챙긴다고 먹부림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지 오래된 것 같다. 마지막은 강렬한 뭔가가 필요할 것 같다. 일단 남편에게 시킬 것이다. ‘이수에 있는 애플하우스’에 다녀오라고. 그동안 애들이 맵다고 하고, 너무 달다고 하고, 먹으면 무조건 찐다는 스트레스로 맘 놓고 부탁을 못했지만, 지금 당장 먹고 싶은 음식은 ‘애플하우스’의 무침 만두다.


 생각 같아선 무침만두 15개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설탕과 고추장 간장 MSG 등으로 이루어진 빨간 겉옷을 입은 무침만두를 잘라보면 놀랍게도 만두소는 거의 없다. 부스러기 같은 당면 몇 조각 정도가 다라는 느낌이다. 즉 만두소는 이 음식의 주인공이 아니다.(오히려 그래서 더 좋다) 바삭하게 튀겨진 만두피와 묘약이라도 뿌린 듯한 검붉은 소스의 마리아주를 시식하는 순간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다. 그만 먹어야지 하고 뚜껑을 덮어두고 소파로 왔다가도 ‘에이, 한 개 정도는 더 먹어도 되지. 지금, 하나 더 먹으나 안 먹으나 똑같은 상황이라고’하는 소리가 실제로 들려버린다. 문제는 한 개로 안 끝나고 두 개 세 개가 더 추가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너무 맛있는 나머지 그 어떤 죄책감조차 들지 않는다. 우리 집 남자들이 먹는 만큼 나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이 ‘무침만두’가 유일무이한 것 같다.

 이야기가 길어지지만 후식도 챙겨 먹고 죽고 싶다.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뭐냐고 물으면 난 망설임 없이 ‘딸기’를 외친다. 하지만 딸기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서럽기까지 하다. 나만 딸기를 좋아하는 게 아닌 상황에서 딸기값이 떨어지질 않는다. 매년 조금씩 누가 프리미엄을 붙이는지 가격이 계속 올라간다. 딸기 한 통을 사면 거기서 나에게 배정되는 딸기는 3알 많게는 4알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후하게 쳐준 것이다. 앉은자리에서 1인 1 통도 먹을 수 있는 아이들인데 그걸 2명이 나눠야 하고 추가로 엄마 입까지 보태면 먹을 딸기가 점점 줄어들다. 하지만 죽기 전이니 나에게 양보해 줄 거라 믿는다.

“그 한 통은 엄마가 다 먹을 거야!!!! 건드리면 나보다 니가 먼저 간다.”

이전 19화 슬픈 음악 주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