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키우기 쉬워?" 오랜만에 전화를 건 A가 뜬금없이 물었다. 쉽다니. 무엇이? 차근차근 얘기를 들어보니, 고양이가 귀여워서 키우고 싶은데 잘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 말의 요지였다.
A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가족 구성원과 충분히 이야기를 한 건지 물었다. 부모님이 극구 반대해서,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 자기 방에서만 키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아침저녁 없이 밖에서 일하는 친구였다. 집에 있는 시간은 극히 적을 거였다. 방 안에서 혼자 집사를 기다릴 고양이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거기다가 가족들이 반대하는 고양이라니. 걱정도 되었다. 고양이도 우리처럼 감정이 있는 생명체이고, 누가 자기를 싫어하면 다 느낄 수 있다고 말해줬다. 가족들이 심하게 반대한다면 지금은 키울 때가 아닌 거 같으니 조금 더 고민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얼마 뒤, 퇴근 후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는데 A의 새로운 피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작은 아기 고양이를 품에 안고 활짝 웃고 있었다. 가족들과 잘 이야기해서 키우기로 했나? 알 수 없이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A가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초반, 그녀는 종종 카톡이나 전화로 물었다. 화장실 모래의 사막화는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지, 중성화 수술은 언제 시켜야 하고, 가격은 얼마 정도인지, 생각보다 고양이가 애교가 없는데 점점 개냥이가 돼가는 건지와 같은 물음이었다. 집사로 살면서 자연스레 경험한 것도 있으니,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 주려고 노력했다. 어느 순간, 연락이 뚝 끊겼다. 인스타그램에는 더 이상 A의 고양이 사진도 올라오지 않았다.
할 일 없던 주말, 거실에 누워있다 문득 A에게 연락을 했다.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고, 집사 생활은 어떤지 물었다. A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기 고양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커져서 보기도 안 좋고, 자기 방에서만 키우는 것도 힘들고, 가족들 반대도 심해져서 결국 다른 집에 줘버렸다고 대답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만 같았다. A가 선택한 단어들이 신경 쓰였다. 내게 한 말도 아닌데 내가 상처받은 기분이 들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네가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여 입양을 결정하길 바랐다고. 분위기가 어색해졌고, 침묵만 계속되다가 전화를 급히 끊었다.
1년쯤 지났을까. A에게서 카톡이 왔다. 이야기를 조금 하다가, 우리 집 고양이가 보고 싶다고 했다. 사진을 보내달라기에 몇 장 추려서 보내주었다. 연신 "귀여워"라는 메시지를 보내더니 A는 이런 얘기를 꺼냈다. 요즘 인터넷에 올라오는 고양이 사진을 보다 보니, 다시 고양이가 키우고 싶어 졌다고 했다. 대신 몸집이 작은 고양이로.
"아.. 어쩌지, 가족들이 싫어하니까 일단 데리고 올까? 안되면 다른 사람 주고." 조용히 얘기를 듣던 나는 A에게 정말 화가 났다. 고양이를 데리고 오고, 다른 사람에게 주고, 다시 데리고 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냐며 언성을 높여 말했다. A는 자기가 고양이를 버릴 것도 아닌데 왜 난리냐며 같이 언성을 높였다. 그녀의 말에 화가 주체되지 않았다. 나는 네가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사람이길 바랐다고 말하곤 전화를 끊어버렸다.
집사로 살면서, 종종 고양이는 키우기 쉽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무엇이 쉽다는 걸까. 나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쉽게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가, 쉽게 다른 곳으로 보내거나 버릴까 봐 두렵다. 나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다.
고양이는 쉽지 않다. 전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