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모음 Sep 06. 2024

잃어버렸던 고양이가 돌아왔다


바바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약 1.6m 높이의 담장이 둘러져 있는 뒤뜰이 있는 집에 살 때였다. 주방에는 베란다 문이 있었는데, 그 문을 열면 빨랫대 2개 정도를 둘 수 있는 크기의 뒤뜰이 나왔다. 나는 햇볕이 좋은 날이면 세탁기를 돌리고 뒤뜰에 빨래를 널었다. 고양이들도 자연스레 따라 나와 눈을 얇게 뜬 채 일광욕을 즐겼다. 뒤뜰은 우리 집만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공간이었다.


그날은 여느 때처럼 빨래를 널고 고양이들과 오뎅꼬치를 흔들며 뒤뜰에서 놀고 있던 날이었다. 우리 집 두 마리의 고양이, 사또와 바바는 집사의 손에 들린 오뎅꼬치에 온 정신을 집중하며 사냥 자세를 취한 상태였다. 귀여운 모습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웃으며 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근처에서 오토바이의 엔진소리가 엄청나게 크고 거칠게 났다. 여태까지 우리 집 근처에서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은 없었다. 바바는 낯설고 큰 소리에 놀란 듯 보였다. 도망갈 곳을 찾는 듯 주방 문쪽으로 쏜살처럼 움직였다. 하필 집 안으로 벌레가 들어갈까 봐 문을 닫아둔 상태였다. 닫힌 문 앞에서 당황한 바바가, 허둥지둥 움직이더니 벽을 타고 담장을 뛰어 넘어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담장 바깥쪽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바바는 사라진 후였다. 바바야, 바바야. 아무리 불러도 보이지 않았다. 손이 떨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미 길에서 아픈 경험을 한 아이였다. 빨리 찾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하여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준다는 '고양이 탐정'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바로 전화를 하고 와주시길 부탁했다. 고양이 탐정님과 집 근처 CCTV를 돌려보고, 마주치는 이웃들에게 바바 사진을 보여주며 물어보고, 주변 주차장과 구석진 곳까지 다 둘러보았지만 어디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10분, 1시간, 2시간,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바바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마음 한편에 무거운 돌이 얹혀있는 듯하더니, 눈물이 쏟아졌다. 고양이 탐정님과 바바를 찾아 헤맨 지 10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탐정님은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집 앞 주차장에 쭈그려 앉아 그에게 고양이 찾는 방법을 들었다. 그는 이미 둘러본 곳이라도 반복해서 둘러보어야 한다,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제자리에 멈춰서 이름을 조용히 불러보고 조금 기다렸다가 움직여야 와한다와 같은 방법을 알려주었다. 대화하며 바바 이름을 몇 번 따라 부르게 되었다.


그때 "냐아아~" 하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놀란 심장을 부여잡고, 다시 조용하게 '바바야' 하고 불렀다. 그러자 다시 어디선가 "냐아아~"하는 대답 소리가 들려왔다. 바바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몇 번 이름을 부르고, 대답을 들으면서 소리가 나는 위치로 향했다. 집 앞 주차장에 있던 자동차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다. 바바가 차 아래 틈으로 들어가, 기계 안에 숨어있는 것 같았다.


10시간이 넘도록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그 안에서 얼마나 덜덜 떨고 있었을지. 울컥한 마음에 눈물이 쏟아졌다. 바바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집사 목소리를 알아듣고 나 여기 있다고 "냐아아“하고 알려줘서, 겁쟁이 고양이라 많이 무서웠을 텐데 용기 내 몇 번이나 대답해 줘서 고마웠다. 부족한 집사인데도 다시 한번 먼저 다가와준 것이 정말 미안하고도 고마웠다. 그렇게 잃어버렸던 고양이 바바는 집으로 돌아왔다.



인터넷을 하다 보면 반려동물을 잃어버리고 슬퍼하는 분들의 글을 읽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바바를 잃어버렸던 기억에 눈앞이 아찔해진다. 나는 그 반려동물이 바바처럼 자기 이름이 불려지길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니 반려인 분들이 찾기를 포기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된다는 노래 가사처럼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