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은 Dec 21. 2022

굿바이, 서른아홉 1

다시 살아볼게요.  

한동안 뜸했었다. 여기에 글을 쓰는 일이

그동안은 돈에 좀 미쳐 있었다.

뭘 하면 근로 소득을 대신할 수 있을까?

돈돈돈 돈 생각이 뿌옇게 차올랐다.

부동산, 주식, 사업…

뭐든, 나는 좀 쉬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도 나는 열심히 회사에 다닌다.

뿌옇게 뿌옇게 돈 구름이 피어났지만

안 잡히니 돈 구름이겠지.

쉽지 않다.


문득 2022년 나의 서른아홉을

기록해 두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는 드디어 쓴다.

자, 서른아홉 올해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려 보자.

당연 이거다!

바로

그토록 기다렸던 임신

동네 산부인과에서 확인을 한 후

남편에게 쿨하게 꽃다발을 부탁한다고 전화한 후

보건소로 이동했다. 임신을 하게 되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 분홍 딱지(?)를 받기 위해서다.

출퇴근을 대중교통으로 하는 직장인에겐 엉덩이를 붙일 수 있는 혜택이 실로 굉장하다. 물론 현실은 임산부 배려석까지 헤집고 들어갈 수조차 없는 날이 더 부지기수였다는 것.


‘오! 내가 마흔 전에 엄마가 되는구나!‘ 철없는 기쁨을 만끽하며 남편과 예비 엄마 아빠 놀이를 몇 차례 했다.


마침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고

그리고 심장이 안 뛰기 시작했다.


남편이 진료실에 같이 들어가 의사의 설명을 자세히 들었고

나는 차 안으로 가서 펑펑 울었다.


임신과 유산.

아무래도 이 두 가지 사건이 서른아홉 살의 나에겐 가장 큰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진정을 하니

어느덧 하반기로 접어든다.

여전히 나는 잘 웃는다.

회사에선 무표정이지만

남편 앞에선 언제나 그랬듯 까분다.


자, 이제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사건을 떠올려 보자.

지금도 무섭지만 내 인생에 손에 꼽힐 만큼

나에게 자유의 느낌을 가져다준 그 사건.


그런데 오늘도 매콤한 노동의 맛을 본 내 몸이

어서 자고 일어나 내일 또 출근을 하라고 눈꺼풀을 보챈다.

이런, 반쯤 감고 쓰려다가

일단 자고 일어나 쓰기로 한다.


내일도 글쓰기를 하자. 서른아홉의 마무리를 하자.








작가의 이전글 마음이 무색할 일도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