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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고양이 R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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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미화 Dec 22. 2019

고양이 R

7화

_니 니 니들, 어 어 어서 토 토 토 토껴. 어어 어서 어 어서      

  

이상하게 생긴 인간이었다. 이리저리 뻗친 털 때문에 눈이 잘 안 보였다. 이상한 인간은 덜덜 떠는 손으로 철창문을 확 재꼈다. 등쪽에 묶인 뭉치가 덜렁대더니 바닥에 고꾸라졌다. 이상한 인간이 뭉치를 한손에 들고 철창을 탁탁 두드렸다. 뭉치에서 부실부실한 부스러기가 철창 안으로 부스스 떨어졌다.        


_야아~ 니 니드~을. 얼~렁, 어 어얼~렁       

  

내가 멈칫거리자 뒤에 있던 코점박이는 내 어깨를 밟고 잽싸게 철창 밖으로 뛰쳐나갔다. 노랭이도 코점박이를 따라 뛰어가다 말고 나를 뒤돌아봤다. 비웃는 게 분명했다. 얼룩이는 문 앞에 서 있고 흰둥이는 꼼짝 안했다. 이상한 인간은 바들바들 떠는 내 몸통을 꽉 움켜쥐고 덥석 밖으로 내놨다. 나는 무슨 일인지 몰라 이상한 인간 얼굴을 빤히 보며 양양 댔다.   


_이 이 눔의 괭 괘 괭 괭이 새끼가. 어 어서 도 도 도 도 도망 도망가. 주 주인 오면 다 다 죽 죽을 을 꺼야. 어 어 어서 서 토 토껴!          


이상한 인간은 내 엉덩이를 냅다 후려쳤다. 뒤를 돌아봤다. 흰둥이는 기운이 없는지 철퍼덕 옆으로 퍼졌다. 얼룩이는 어슬렁어슬렁 인간들 발길에 치이면서 저만치 걸어가고 있다. 쟤네들은 어딜 가는 거지? 그럼 나도 따라서 가란 말인가? 이상한 인간이 다시 내 엉덩이를 팡팡 쳤다.    


_아이고, 저 미친년이 일을 낸다 내. 야, 이 년아 그러다 주인한테 걸리면 너 어쩌려고 그러냐!

_모 모 몰 몰라. 나 나 나 암 암 거 것 두 안 안 해 했어

_남 괭이 장사 다 망쳐놓고 어떡할려구 그려! 어여 집에 가!     


마주 보고 앉아 있던 꾸부정한 인간이 소리를 질렀다. 얼룩이는 그새 안 보인다. 골목에서 비틀거리며 쇠붙이를 몰던 인간이 나왔다. 이상한 인간은 부스러기가 풀풀 떨어지는 뭉치를 품에 꼭 끌어안고 냅다 뛰었다. 인간이 뛰자 나도 따라 뛰었다. 처음 있는 일이다.  


_어럽쇼. 이게 뭔 지랄이여. 이게 왜 열린 거여. 어이, 할멈. 여기 괭이들 다 어디로 갔슈?

_몰러

_아, 왜 몰러! 여기서 뭔 사달이 난 건지 할멈은 다 봤을 거 아녀!

_못 봤당께. 거 허연 놈 한 놈은 여적 있구먼

_아, 씨발. 확 돌아 뿌리네 


모퉁이를 돌아 헉헉대며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쇠붙이를 몰던 인간이 철창을 발로 퍽 찼다. 철창 안에 있던 흰둥이가 소리도 못 내고 나뒹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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