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불안한 흥분이 실내에 감돌았다. 쿰쿰한 냄새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 뒷발에 힘을 주고 앞발을 쭉 뻗어 위에 있는 바스락거리는 물건에 발톱을 찍어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툭. 순간 몸을 엎드렸다. 바스락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앞발로 툭 툭 쳤다. 처음으로 용기가 생겼다. 갑자기 코점박이처럼 힘을 퐉 주고 바스락이를 왁 물어뜯었다. 가슴이 조금 콩닥거렸지만 무섭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훑어보니 아까 본 반짝이들이 잘 보였다.
입안이 달큼했다. 썩 땡기는 맛은 아니다. 바스락이 살점은 퍽퍽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다른 바스락이를 먹을까. 그러다가 살아 있는 놈을 만나면 큰일이다. 노랭이가 옆에 있었다면 나에게 멍청하다고 욕 했겠지. 코점박이는 너 같은 게 뭘 할 줄 아냐고 놀리고. 발톱을 힘껏 세워 바스락이를 뜯어 와구와구 먹었다.
목이 콱 잠겼다. 바스락이 녀석을 제법 뜯어먹고 코점박이처럼 가슴을 쭉 내밀었다. 코점박이는 내가 자기보다 어리다고 무시했다. 노랭이도 날 비웃었다. 얼룩이는 평소에는 아는 체도 안 하다가 자기 옆에서 내가 똥을 싸면 발톱을 세웠다. 흰둥이는 늘 잠만 잤다. 흰둥이와 나는 철창 구석에서 쪼그려 있었다.
오늘은 처음 보는 이 녀석들을 겁먹지 않고 할퀴고 뜯어먹었다. 당장 노랭이를 만나도 무섭지 않을 것 같았다. 반짝이들을 밟을 때마다 바스락 소리가 났다. 나는 대범하게 반짝이들을 팍팍 밟았다. 바스락이 한 놈을 발톱으로 꽉 잡아 사정없이 비틀어 뜯었다. 말랑말랑 한 게 쇠붙이를 몰던 인간이 던졌던 밥 냄새가 난다. 나는 단숨에 바스락이를 다 먹었다. 끄억~ 남의 살점은 맛있다. 바스락이 녀석들 위에 퍼질러 앉아 나는 그제야 축축한 털을 핥으며 늦은 몸단장을 했다. 배가 부르자 어둠 앞에서 당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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