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Dream a Little Dream of Me
3/16(화) 날씨: 맑음
오늘은 할 일이 많았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금방 벽지에 붙어있는 낡은 야광 스티커에서 빛이 났다. 올해 마흔인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스티커라 하지만, 별을 보기 힘든 도심에서의 소소한 힐링이랄까. 진짜 별도 아닌데 그냥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게 진짜 별이었으면 얼마나 예쁠까 하는 마음과 함께.
일기를 쓰기 전 무슨 음악을 들으며 쓸까 고민해봤다. 딱히 확신에 차는 음악이 생각나지 않아, 핸드폰 음악 앱에 있는 재생 기록을 찾아봤다. 2021년, 2020년, 2019년.... 초점 없이 스크롤과 함께 내려가던 나의 시선은 한 곳으로 수렴했다. 2002년. 나의 스무 살, 그곳에 평생 지우지 못할 기억을 남긴 그와의 첫 만남이 담긴 해. 홀린 듯이 2002년의 내가 들었던 플레이리스트를 살펴봤다. 재즈에 처음으로 흠뻑 빠졌을 스무 살 시절답게, 온통 재즈 음악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랜 시간, 오랜 기억을 나와 함께 했던, 엘라 피츠제럴드 앤 루이 암스트롱의 'Dream a Little Dream of Me'. 오늘은 이 음악으로 정했다.
빈티지함과 동시에 고급진 레스토랑에 온 듯한 기분을 주는 트럼펫 소리는 나의 시선을 머리맡에 있는 야광별 스티커로 돌린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그가 떠오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노래를 듣지 말 걸' 하며 스멀스멀 올라오는 후회의 기운을 떨치지 못하고, 나는 그 시절의 추억 속으로 빠진다. 스무 살, 나의 청춘에 있었던, 그 누구도 믿지 못할 신비로운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