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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Jazz

3화. 길을 잃다.

by 또바기

스무 살의 나는 호기심이 많았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일은, 내겐 늘 흥미로운 과제로 다가왔다. 그랬던 성격 탓인지, 난 매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었다. 힙합, R&B, 클래식, lo-fi, Pop 등등. 신기하게도 재즈는 스무 살 때가 처음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많고 많은 음악 장르 중 재즈를 가장 늦게 만났다. (아직까지도 재즈가 가장 마지막으로 빠진 장르이다.) 그 시절 난 음악 감상에 있어서, 나 자신과 세운 한 가지 철칙이 있었다. 너무나도 좋아하는 곡이 생기면 아무리 듣고 싶어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듣는 것이다. 가령, 오늘 그 곡을 들었으면 다음 주까지 못 듣는 식이다. 남들은 굳이 왜 그렇게 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철칙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간직하며 들을 수 있게 하는, 한마디로 노래를 아껴 듣기 위한 나만의 방식이었다. 그랬던 내가 그 철칙을 처음으로 깨버린 것은 온전히 재즈 때문이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감미로운 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감각의 미화. 날씨가 흐려도, 그렇기에 하루를 더 완벽하게 만드는 재즈의 분위기. 철칙을 끝까지 지키며 다음 주까지 재즈를 듣지 않는 것은 거의 고문이었다. 그것을 굳이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어차피 질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 밤에 별 하나 없는 서울 하늘에 하나씩 야광별을 달아준 게 재즈니까.

어느 날은 유독 밤하늘이 예뻤다.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기로 한 날이었는데,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봤던 풍경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 마침내 집 주변 작은 공원에도, 야광 스티커만 다닥다닥 붙어있는 내 방 마냥, 별들이 많이 보였던 것이다. 저건 무슨 별일까 하고 자세히 바라보면서 , 조금씩 색이 다른 별을 찾아 번갈아 보는 게 재밌었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같이 별이 보이자마자 재즈를 틀었다. 'Dream a Little Dream of Me'. 그때 풍경과 잘 어우러지는 노랫말이었다. 그렇게 재즈와 별구경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쌀쌀해지자, 코트를 여미고 약속 장소로 서둘러 향했다.

그런데 길이 좀 이상했다. 분명히 지도가 가리키는 데로 왔는데, 사람 한 명 없는 낯선 곳으로 들어왔다. 약속 시간은 저녁 9시. 지도를 손에 들고 허둥지둥 달려갈 때의 시간은 8시 55분으로, 제 시간 안에 가는 건 당연히 불가능했다. 이러다가 친구 집은커녕 내 집도 못 찾겠다 싶었다. 그래도 우선은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길을 잘못 들어서 조금 늦을 것 같아, 미안해. 일단 너희들끼리 먼저 재밌게 놀고 있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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