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작가와 저자를 혼동한다. 엄밀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 writer)는 'write(쓰다)'+'er(사람)'이 결합되어 '쓰는 사람'을 말한다. 이에 비해 저자(author)의 어원은 'augment(자라게 하다)'와 'or(사람)'이 결합되어 '자라게 하는 사람'이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저자는 자라게 도와주는 사람이다.
저자는 크게 주저자(lead author)와 공동저자(co-author)로 나눌 수 있다. 주저자(lead author)는 원고 전체에 대한 책임을 맡고, 다른 저자들의 승인을 얻고 출판사와의 연락을 담당하는 저자로 원고의 대부분을 집필하는 저자이다. 공동저자(co-author)는 책에서 데이터의 분석과 해석에 유의미한 기여를 한 사람으로 집필과 편집을 하는 저자이다.
1. 작가는 단거리로 뛰지만 저자는 한 걸음 한 걸음(step by step) 밟아가야 책이 나온다.
2. 작가는 타고난 소질과 재능으로 쓰지만 저자는 엉덩이를 붙이고 인내와 노력으로 쓴다.
3. 작가의 초고는 형편없지만 저자의 퇴고가 좋은 책으로 나온다.
4. 작가는 자기가 쓰고 싶을 때 쓰지만, 저자는 1일에 A4용지 1장씩 분량을 정해놓고 쓴다.
5. 처음 작가처럼 초고를 쓰되. 분량이 나오면 저자처럼 퇴고를 해서 마무리해야 한다.
6. 작가는 책상에서 쓰지만 저자는 생생한 현장에서 쓴다.
7. 작가는 글이 안 써진다고 푸념을 하지만, 저자는 슬럼프가 찾아오더라도 책을 마무리해야 한다.
8. 작가는 독창적인 것이 있어야 하지만, 저자는 보편적인 것이 있어야 한다.
9. 작가는 귀동냥으로 쓰지만, 저자는 경험을 쓴다.
10. 작가는 텍스트로 말하고, 저자는 책으로 말한다.
프랑스의 비평가 롤랑 바르트는 저자와 작가의 차이를, 저자가 만들어내는 ‘작품(work)’과 작가가 만들어내는 ‘텍스트(text)’로 구분한다. "저자에게 글쓰기는 자동사이다. 그는 글쓰기와 그것을 지탱하는 언어 철학 안에 철저히 흡수된 사람이다. 작가에게 글쓰기는 타동사이다. 그는 무엇인가를 쓴다. 언어는 그의 목표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에게 언어는 실천을 떠받칠 뿐, 실천하지 않는다. 그저 의사소통 수단으로써의 언어 이상은 아니다." 작가가 글쓰기를 통해서 책(book)이라는 작품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저자가 되어서 독자와의 만남을 가질 수 있다. 작가는 내용을 만들어 내어 기록된 텍스트를 만드는 것이라면 저자는 특정한 분야의 책을 집필하는 것이다. 적어도 책 분량이 되려면 신국판으로 250페이지(A4용지 100 이상) 이상이 되어야 볼륨감이 있다. 책을 내지 않은 작가는 존재한다. 하지만 책을 내지 않은 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신화의 죽음
바르트는 그의 저서 「저자의 죽음(La mort de l’auteur)」(1960)에서 글쓰기(writing)에 있어 저자(auteur)의 죽음을 선언하고, 저자를 필사자(scripter)로 바꾸며, 이를 통해 독자(lecteur)의 탄생을 언명한다. 저자란 작품을 창조해내는 '신적 존재'로서 이해되어 왔으나 저자 중심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텍스트는 저자가 불어넣은 의미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미 준비된 사전’ 속에서 단어들을 끊임없이 길어 올린 '기호들의 티슈'와 같다. 이처럼 현대적인 작가(writer)는 거대한 사전 속 단어들을 모방한다는 점에서 필사자(scripter)와 같다. 저자가 죽었다면, 텍스트를 해독한다는 주장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텍스트 속에서 저자는 죽고, 이제 독자가 저자로 재탄생한다. 누구나 작가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독자 입장의 저자로 변신해야 할 시점이다. 당신의 주독자는 누구인가?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작가처럼 생각하되 마감일까지 질문하고 책을 묶여야 저자로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