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을 수 있을 만큼의 부드러움
우리 집 식구들은 고기를 참 좋아한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그리고 생선까지.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외식을 할 때면 자연스럽게 메뉴가 고기로 좁혀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구워 먹는 삼겹살이나 돼지갈비, 소고기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시원한 국물이 먹고 싶은 날이면 얼큰 구수한 감자탕을 먹으러 가는 때도 있다.
감자탕에 들어가는 돼지 등뼈는 정말 맛있지만, 식당에서 먹을 때는 참 곤란한 경우가 있다. 뼈 사이사이 붙은 고기를 발라 먹기가 여간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밖에서 먹을 때는 젓가락만을 이용해 큰 덩어리만 골라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편한 사람이랑 먹든 혼자 식당에서 먹든 다른 사람의 보는 눈을 신경 쓴다면 깔끔하게 발라먹기는 참 어렵다. 같은 이유로 등뼈가 잔뜩 들어간 뼈짐은 식당에서 거의 먹지 않는 메뉴 중 하나이다.
집 근처 정육점에 방문하니 돼지 등뼈가 네 근 가까이 되는 양에 만 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오랜만에 든든한 고기 메뉴를 먹고 싶은 나는 얼른 등뼈를 집어 들었다. 식당에서 먹으면 5만 원은 훌쩍 넘을 양이다.
얼른 집에 들어와 등뼈찜을 만든다. 더운 날씨에 불 앞에 있는 시간이 힘들기도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이 정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등뼈찜 만들기
- 양념장 : 고춧가루 세 큰술, 간장 세 큰술, 맛술 두 큰술, 설탕 한 큰술, 다진 마늘 한 큰술, 후춧가루 적당량, 참기름 적당량, 다시마물 400그램
1. 돼지 등뼈는 3~4시간 정도 물에 담가 핏물을 빼준다. 30분 정도의 간격으로 물을 갈아준다.
- 이때 양념장을 미리 만들어 숙성한다.
2. 핏물을 뺀 등뼈를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준다.
3. 등뼈는 끓는 물에 5분 정도 삶고 불순물을 깨끗하게 씻어 제거해준다.
4. 압력솥에 3의 등뼈와 껍질을 벗기지 않은 양파, 대파, 통마늘 한 줌, 통후추를 넣고, 물에 된장 한 큰술을 풀어 넣고 삶아준다. 커피나 청주도 함께 넣어주면 잡내 제거에 도움이 된다.
5. 압력 추의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중약불에서 15분 정도 삶고 불을 끈 뒤, 압력이 낮아지면 뚜껑을 열어 고기만 골라 큰 웍에 담아준다.
6. 만들어둔 양념장을 넣고 채썬 양파와 같이 먹고 싶은 채소를 넣어 간이 잘 밸 수 있도록 조려준다.
7. 국물이 어느 정도 없어질 때까지 조려준 후 통깨를 뿌려 마무리하면 등뼈찜이 완성된다.
집에서 등뼈찜을 먹을 때는 위생 장갑과 뼈를 버릴 봉투 그리고 곁들임 술 한 잔이면 완벽하다. 두툼한 살코기를 뜯어 한입 베어 물면 이가 필요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고기와 감칠맛 나는 양념이 술 한잔을 부른다. 술을 한 잔 마신 뒤 뼈를 집어 들어 사이사이 붙어있는 골수 등을 체면 차릴 필요 없이 발라먹으면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싹 내려간다.
발라먹기에 번거롭다며 별로 찾아 먹지 않는 가족들도 집에서 만들어 주니 한 접시를 뚝딱 해치운다. 이렇게 맛있게 먹는 모습은 뜨거운 불도, 번거로운 조리 과정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의 힘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부엌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