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에그 샐러드 2
375℉로 예열된 오븐에 12분
"굿모닝, 조!"
사람들은 윤조를 '조'라고 부른다.
"굿모닝, 스탠!"
스탠은 오전 시간에 프런트를 맡고 있다. 은퇴한 경찰관이며 아내와 둘이 살고 있다.
"어제 엄청 바빴다던데요."
스탠이 프런트 데스크 서랍에서 장부를 꺼내며 말을 던졌다.
"왜 아니겠어요. 레이디나잇이었잖아요."
윤조는 필터에 커피 가루를 채우고 버튼을 눌렀다.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포스를 열어 잔고를 확인했다.
"굿모닝 스탠. 굿모닝 조."
클럽 하우스문이 열리며 머리가 희끗희끗한 허리가 굽거나 무릎이 불편해 보이는 노인들 예닐곱이 몰려들어 왔다.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골프장을 이용하는 단골들이다. 운동 삼아 취미 삼아 나인 홀만 도는 그들이 오고 나면 클럽하우스 아침이 시작된다. 윤조는 주문받은 커피와 토스트를 내주었다.
"오늘 커피 맛 참 좋네요, 조."
한결같은 커피 맛에 한결같은 반응이지만 듣기 좋다. 그들은 원탁에 둘러앉아 커피와 토스트를 놓고 오늘의 날씨부터 시작되는 수다를 시작한다.
"흠, 조? 쿠키 냄새가 좋은데요? 뭐 특별한 쿠키인가요?"
"아뇨, 엠앤엠즈예요. 스탠, 오늘 배고픈 거 아녜요? 호호."
단골들의 주문이 끝나면 윤조는 쿠키를 굽는다. 은색 알루미늄 트레이에 종이 포일을 깔고 식재료 상에서 배달온 쿠키 도우를 나란한 간격으로 놓고 375℉로 예열된 오븐에 12분 굽는다. 다 구워진 후엔 충분히 식힌 다음 개별로 포장한다. 윤조는 트레이 두 개에서 나온 48개 쿠키를 카운터에 진열했다.
"헤이, 조! 이리 와봐요. 얼른요!"
스탠이 정면으로 난 패티오로 연결된 유리문 밖에서 윤조에게 손짓했다. 윤조는 하던 일을 멈추고 패티오로 나갔다.
"저기 봐요!"
스탠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엄마 오리와 그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가는 아기 오리들이 패티오 테이블과 의자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너무 귀엽죠?"
"어머나, 정말 귀엽네요."
스탠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와이프한테 보여주려고요."
스탠은 근엄한 얼굴에 묘하게 잘 어울리는 어린애처럼 해맑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오후에는 아내와 손을 잡고 산책하며 오리 사진을 보여주는 스탠을 상상해 보았다. 위니펙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다.
"마샤? 저게 가능하긴 한 거니?"
얼마 전 윤조는 ESL 같은 반 친구인 마샤를 그랜드 파크 몰에서 만났는데, 길 잃을 염려가 전혀 없는 몰 안에서 노인 커플들이 손을 꼭 잡고 여유롭게 걷는 모습을 보고 마샤에게 냉소 띤 어조로 물었었다.
"조, 가능한 일이야. 우리한테는 아니지만."
농담 반 진담 반인 윤조의 말에 제법 심각하게 마샤가 대꾸했다. 진지할 때 진지하고 그렇지 않을 때도진지한 마샤다웠다. 러시아에서 가정의학과 의사였던 마샤는 이혼 후 아들 하나를 데리고 위니펙으로 이민 왔다. 윤조나 마샤나 남편 따위는 개나 줘버려야 한다는 데에 공감해서일까. 둘은 뭔가 통하는 게 있다. 유난히 손잡고 다니는 노인들이 많았던 그 몰에서 그날 그들은 까르르 웃다가 회의적으로 돌변하기를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