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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도 Sep 26. 2024

그 많던 에그 샐러드 5

캐나다 음식? 아, 푸틴 말하는 건가요?

  7월이 되니 위니펙의 여름은 남달랐다. 긴 겨울을 힘겹게 보낸 사람들은 여름 햇살에 몸을 내맡기면서 여름을 존중한다. 윤조가 처음 위니펙에 왔을 때도 여름이었다. 햇살은 따가운데 습도가 낮아 후텁지근한 서울의 여름 하고는 많이 달랐던 여름. 노인들 어린애들 강아지들까지도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던 여름. 상반신을 드러내고 조깅하는 남자들. 윤조가 놀란 게 상체를 드러낸 남자 몸을 봐서였는지 벌겋게 익은 몸이 걱정돼서였는지 아무튼 길고 지겨운 겨울 한 해를 보내고 난 윤조도 하마터면 그들처럼 웃통을 벗고 다음 여름을 맞을뻔했다.

  반짝이는 햇살에 푸른 잔디의 음영이 만들어 낸 색으로 덮인 골프 코스를 하루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제프는 계속 직원을 고용했다.

  앰버도 그때 들어온 서버 중 하나였다. 밴쿠버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방학 중 위니펙 부모님 집에 왔다가 골프장 회원인 엄마 소개로 들어온 직원이다.

  

  "어머. 놀랍네요! 한국인이 캐네디언 음식을 하다니."

  

  앰버가 윤조를 소개받은 후에 보인 반응이었다. 앰버의 푸른 눈동자의 온도가 낮아지며-만약 온도를 잴 수 있다면 말이다-내뱉은 놀랍네요는 순수한 감탄사가 아니라는 것쯤은 윤조도 캐나다 생활 2년을 통해서 알고 있다. 캐네디언 음식이 따로 있긴 한 건가. 유럽과 아시아 음식들이 다양한 나라에서. 굳이 따지자면 푸틴이 캐나다 음식이라고 해야 할까. 윤조는 맞받아치지 못한 걸 후회했다. '캐나다 음식? 아, 푸틴 말하는 건가요?'

  앰버는 첫날부터 제프는 물론이고 스탠이나 다른 직원들과 잘 어우러졌다. 직원들도 윤조와 미아만 있을 때와는 다르게 앰버와는 클럽 하우스부터 골프장 돌아가는 일을 시시콜콜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인사말이나 일에 대한 간단한 얘기만 주고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 윤조는 오전 팀에서 배제된 느낌이 들었다. 앰버는 점점 미아가 했던 포스와 서버일을 하고 미아는 비어 카트를 싣고 코스를 돌거나 코스 중간에 있는 천막에서 핫도그 파는 일을 담당했다.

  

  "난 괜찮아요. 재밌어요. 게다가 팁이 잘 나오잖아요."

  

  매니저 제프가 밖에서 하는 일이 괜찮겠냐고 물어보자 미아가 한 대답이었다.

  그날도 윤조는 가녀린 몸으로 맥주와 음료수로 꽉 찬 카트를 자전거에 싣고 나가는 미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쉴 새 없는 수다가 그리워질 것 같았다. 오늘따라 자전거가 그녀보다 훨씬 커 보였다.


 

   "하이네켄은 이거 하나뿐인데요."

  

  하이네켄 세 캔을 주문한 손님이 냉장고에서 꺼내가려다 앰버에게 물었다.

  

  "아, 그래요? 다른 걸 가져가시면 안 될까요? 버드와이저나 밀러는 어때요? 지금 시원한 하이네켄은 그것뿐인 것 같네요."

  

  스탠을 도와 프런트와 티잉 그라운드를 왔다 갔다 하는 매튜라는 청년이 그 소리를 듣고는 빠른 동작으로 창고에서 맥주 박스를 가져와 냉장고에 채워 넣기 시작했다.

  

  "매튜, 고마워요. 정말이지 매튜 없으면 어쩔뻔했을까 난."

  

  앰버 같은 존재는 어느 조직에나 있다. 하지만 이 먼 땅까지 퍼져 있을 줄이야. '좀 움직여라. 앰버야' 윤조는 어리석은 매튜가 또 다른 맥주 박스를 카트로 옮기지 않고 굳이 어깨에 메고 들어오는 걸 보고는 뒤 주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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