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창문을 닫는 일

이별의 순간 우리가 잊는 것에 대하여

by 전지시

이별의 순간, 사람은 종종 진실을 택한다. 감정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꺼내 보인다. 그것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성숙한 태도이고 함께한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진실이 반드시 따뜻하거나 너그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그 솔직함이, 가장 날카로운 형태로 상대를 찌른다.


말에는 형태와 결이 있다. 다정한 말투 속에서도 그 뜻이 단단하고 차가울 때가 있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오히려 그 방향성이 더 날 선 경우도 있다.

‘넌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이 이별의 인사로 쓰일 때, 그 말은 어떤 설명보다 더 명확하고, 어떤 핑계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


우리는 말의 정직함이 관계를 마무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순간의 날 선 언어는 관계보다 사람의 마음을 먼저 찢는다. 납득하게 만드는 동시에 무너뜨리는 것, 그게 이별의 말이 가진 이중성이다.


말은 결국 칼과 닮아 있다. 손에 쥔 사람은 그 날을 느끼지 못해도 듣는 이는 그 끝에 베인다.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 한마디, 무심한 듯 건넨 표현 하나가 상대에게는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된다. 말의 무게는 말하는 이가 아니라, 듣는 이의 마음속에서 비로소 측정된다.


그래서 이별 앞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진심이 아니라 온기일지도 모른다. 정확함이 아니라 조심스러움이고 해명이 아니라 위로다. 이별은 설명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 조용히 덮어야 하는 장면이다. 이해를 구하는 대신 감정을 배웅하는 방식이어야 하고, 논리보다 침묵이 더 따뜻할 때도 있다.


말이 다 했다고 해서 상처가 덜한 것은 아니다. 때론 말이 없는 것이 말보다 더 큰 배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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