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주, 일상
24년 첫날. 해가 지날수록 시간에 가속도가 붙는 것 같단 어른들의 말씀을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왜 그럴까?'
'부모님도 내 나이 때 이런 기분을 느끼셨을까?'
시간의 가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 새해가 되면 습관처럼 세우는 계획 말고 올해는 뭔가 의미 있는 하나를 만들어 보고 싶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다시 써 보기로 마음을 먹고 1년의 계획을 짰다. 글쓰기 초보인 나에게만큼은 멀고 먼 길이다. 블로그에 쓰던 일기를 이곳으로 옮겨와 볼까 생각했지만 브런치에는 호흡도, 글도, 블로그 보단 조금 길게 쓰고 싶었다. 매주 글을 올리는 것이 버겁지만 연말이 되면 이보다 뿌듯한 게 없을 것 같아 한번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마감일이 있는 브런치 연재북을 선택했다. 설렘 반 걱정 반이다.
온라인으로 폴로 모자를 하나 샀는데 내 두상과 맞지 않아 누나에게 한번 써보라며 건넸다. (tmi: 참고로 나는 처형을 누나라고 부른다. 결혼 한참 전 아주 어릴 때 불렀던 호칭이다.) 나에게 큰 모자가 누나에게도 맞지 않을 게 뻔했지만 혹시 모르니까. 역시나 맞지 않는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윤기야 이거 나 주면 안 돼?"
평소에 모자를 즐겨 쓰지 않는 형님이 모자 욕심을 냈다. 써보니 의외로(?) 너무 잘 어울렸다. 모자를 이리저리 써보며 좋아하는 형님을 보고 있자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뜻밖의 선물이 됐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행복한 선물이다.
그제. 조카의 레트로 토이 카메라를 구경하다 2000년 대 초반 감성이 너무 웃겨서 한 컷 부탁했다. 결과물을 보는데 말도 안 나오는 저화질 때문인지 사진만 보면 2000년 그 자체다. 마음까지 그때로 돌아가버려 선글라스까지 입혀 프사를 바꿔버렸다. 사실은 새벽에 술 한잔 먹고 들떠서 일을 벌였다.... 새벽 감성은 항상 조심해야 하거늘...
다음날, 여기저기서 프사 뭐냐며 '힙하다', '재밌다'는 반응의 톡이 온다.
"어? 이게 된다고?" 껄껄..
프사 하나 바꿨을 뿐인데 무려 10명에게 연락을 받았을 정도로 예상 밖의 긍정적인 반응이다. 단 한 번도 프사 때문에 연락받아본 적이 없는데 얼마나 충격적이었으면... 사건의 전말을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간단히 자초지종을 설명해 줬다. 레트로 프사 덕분에 온종일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웃었으면 됐다. 어차피 비웃은 사람들한테는 연락 안 올 거니까! 정신승리는 이럴 때 하라고 있는 거다.
쉬는 날이지만 한강에 뛰러 나갔다. 60분 뛰고 10분 걸어서 집으로 복귀했다. 몸의 휴식만을 위하면 편히 집에만 있으면 되겠지만 마음의 회복을 위해선 잠깐의 운동이나 산책은 나에게 필수다. 조깅을 하고, 산책을 하면서 생각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거다. 집 밖의 공기와 잔잔한 소음을 들으며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지친 마음이 회복되는데 이 맛을 알고 나면 집에만 있을 수 없다.
한 주의 사건들과 내 감정을 돌아보고 글로 기록하는 것이 흥미롭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오늘 남긴 기록을 들춰보면 이런 생각을 내가 한 게 맞는지 낯설 수도 있고, 행복했던 일들과 마음이 다시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올 수도 있을 거다. 기록하기 때문에 그날이 기다려진다.
2024년 첫째 주 정산은 '아주 일상적인 행복'이다.
# 1시부터 시계방향으로
모자 생겨서 기분 좋은 울 형님.
낙산공원 성곽.
쉬는 날 1시간 조깅.
창신동 카페에서 멍 때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