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기 Jan 14. 2024

책으로 시작하는 관계

둘째 주, Book



대단히 많은 독서량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집에 책이 많아 이런저런 걸 읽었지만 지금 당장 떠오르는 책은 [논리야 놀자]란 책이다. 그때가 초등학교 4-5학년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책이 뭐가 그렇게 재밌어서 읽고 또 읽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비슷한 나이대 라면 기억하는 분이 있을지도.


기억을 20 대 중반쯤으로 옮겨보면, 하루는 친구들과 술 먹고 늦게 들어온 날이었다. 자식이 얼마나 한심해 보였는지 아버지가 내 방에 책을 한 권 던져주고 가셨다. 아무런 말도 없이. [한국의 젊은 부자들]이란 책인데 당시 우리나라의 젊은 부자들을 인터뷰하며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지 노하우를 담은 책이었다. 나도 당장 부자가 될 것만 같아 이 책을 읽자마자 몇 날 며칠 밤을 새워 펀드의 기초지식을 쌓았다. 이후 투자를 했던 게 엄청난 수익으로 남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을 던져 준 아버지도, 투덜대며 책을 펼쳤던 나도 예상 못했던 일이다. 책을 읽으면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설렘을 느낀 게 이때부터였던 거 같다.


독서를 하면서 배움도 얻지만 '책'이란 매개체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게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책이 건네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집 근처 도서관>


기사를 찾아보니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율은 47.5%로 두 명 중 한 명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연간 독서량도 4.7권으로 OECD 최하위. 그런데 도서관에 가면 우리 동네 책 읽는 사람은 거기에 다 모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빽빽하게 열독 중이다.


도서관의 가장 큰 장점은 무료라는 것. 내가 보고 싶은 책을 무료로 빌려 볼 수 있고 독서할 공간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복지가 아닐까 싶다.







<독립 서점 “산책자”>


대형 서점에도 종종 들르지만 독립 서점을 더 좋아한다. 대형 서점이 백화점이라면 독립 서점은 랜덤워크나 모드맨, 유니페어 같은 편집샵 느낌이랄까.


독립 서점에 가서 주인장의 큐레이션을 살펴보는 것도 좋고 이곳엔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어떤 책을 펼쳐보는지 슬쩍 구경하는 것도 재밌다. 내 기준 독립서점엔 20-30대가 훨씬 많았다.







<북클럽, 이 달은 “쓰기의 말들”을 함께 읽었다>


작년에 생에 처음으로 독서모임에 참석했다. 책은 혼자서 읽기만 했지 누구랑 같이 읽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독서모임 참석 후 그동안의 편협한 생각을 가차 없이 걷어냈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좋아하는 포인트도 다르고 해석하는 것도 차이가 있어 신기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내가 읽은 책이 맞나 싶기도 했다. 8명이 모였는데 책을 8번 읽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결이 비슷한 사람이 모일 확률이 높은 독서모임. 강추한다.






요즘에는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란 책을 읽고 있다. 독서모임에서 만난 분이 선물해 주신 책인데 저자가 하루를 왜, 어떻게 기록하는지.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동안 나의 기록과 어떻게 다르고, 닮았는지 자연스럽게 비교하는 상황이 재밌다. 책과의 교감이 너무 좋아 한 번에 읽기가 아까워서 하루에 한 꼭지만 읽고 있는 중이다.


책이라는 게 단순히 누군가의 경험을 활자로 옮겨 놓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는 재산을 증식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가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며 평생 함께 해야 할 물질적 대상. 그 첫 번째가 책이 아닐까.



이전 02화 아주 일상적인 행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