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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guevara Apr 04. 2021

열기구

하늘 위 노른자를 보며

 드디어다. 드디어 열기구를 타는 날이다. 자연이 만든 카파도키아의 계곡 너머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는 일정을 선택한 나는 새벽에 일어나야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장에 다니며 출근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맞춰 놓았던 알람보다 5분 간격으로 2개 더 맞춰 놓았다. 하지만 나름 철저하게 계산해 설정한 알람은 모두 '안 했어도 됐을 일'이 됐다. 간절함과 기대라는 강한 두근거림에 알람보다 일찍 눈을 뜨게 했고 픽업을 기다렸다.

'너를 픽업하러 왔어.'

 노크 소리에 문을 열자 숙소의 직원이 나에게 말했다. 카메라와 작은 가방을 메고 픽업 온 차에 올랐다. 함께 열기구에 탈 다른 여행객들이 있었고 남은 자리에 앉아서 이동했다. 10분쯤 이동했을 때 밖에서 '부우욱'하는 큰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렸다. '부우욱.' 여러 개의 열기구에 뜨거운 바람을 넣으며 하늘을 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카펫처럼 바닥에 널려있던 열기구는 상점 앞에 있는 에어 간판처럼 조금씩 몸을 일으켰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 탓에 나를 비롯한 여행객들은 뜨거운 바람을 쐬기 위해 아직 준비가 끝나지 않은 열기구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였다. 


 '여러분 이리로 모여주세요.'

 직접 열기구의 키를 잡게 될 스탭이 말했다. 열기구에 오르기 전에 우리가 얼마나 그리고 어떤 곳 위를 떠다닐 예정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비상시에 취해야 할 행동들에 대해 듣고 열기구에 올랐다. 열기구를 운전하는 스탭은 여러 가지를 점검하고는 공기주머니에 뜨거운 바람을 잔뜩 불어넣었고 내가 담겨있는 큰 바구니가 땅에서 멀어졌다. 몇 분뒤 차가운 카파도키아의 새벽 공기를 얼굴로 맞으며 계곡 사이를 날고 있었다. 그리고 귤색의 빛이 저 멀리 카파도키아의 울퉁불퉁한 계곡을 올라오고 있었다. 스탭은 운전을 하며 이것저것 설명해 주었다. 


 버섯처럼 쏟은 수많은 바위들 위를 날고 있을 때 스탭이 말했다.

 '여러분 지금 뒤로 돌아서 하늘을 보세요!'

 딱 한 글자만 생각났다.

 '와.'

 노른자 같은 해의 머리가 올라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카파도키아를 점점 더 노랗게 비췄다. 하지만 조금씩 올라오는 해보다 멋있었던 건 떠오르는 해와 함께 떠 있는 수십 개의 열기구들이었다. 어떤 건 파랑 또 어떤 건 초록. 색이 다른 열기구들은 크리스마스트리에 걸린 장식들처럼 노란 하늘 위에 걸려있었다. 멋진 풍경에 취해 있다가 주변을 둘러봤을 때 저마다 그 순간을 기념하려 여러 가지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동영상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 하고는 영 거리가 먼 내가 찍어도 작품이 됐다. 시간이 지나자 여행객들과 이야기도 나눴다. 유일하게 동양인이었던 나에게 어디에서 왔으며 왜 왔으며 몇몇이 물었고 마지막에는 내가 좋은 여행을 하기를 바란다는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대화가 끝나고 순간을 만끽하고 있던 나에게 스탭이 말했다.

 '저 열기구는 가장 큰 열기구야 40명이 탈 수 있어.'

 '정말 저 열기구에는 사람이 많이 탔네.'

 '그리고 저 열기구는 트레이닝을 하는 열기구야.'

 '트레이닝? 열기구도 자격증이 있어야 운전할 수 있지? 너처럼.'

 '맞아. 카파도키아에는 열기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대학교가 있어. 나도 그 대학을 졸업했어.'

 색다른 이야기였다. 그리고 스탭은 카파도키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줬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열기구를 탄지 1시간쯤 지나고 열기구는 다시 러브 벨리 뒤편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리고 함께 열기구를 탔던 모두가 박수를 치면서 내렸다. 이번 여행에서 많은 멋지고 좋은 장면들이 있었지만 오늘이 하이라이트였다. 적어도 개인적으로 잔뜩 부풀어 버린 기대를 채운 몇 안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휴대전화의 잠김 화면을 풀고 메모를 열어 '패러글라이딩.' 밑에 '카파도키아 열기구.'라고 썼다. 열기구에서 찍은 사진을 꺼내 보고 있을 때 숙소로 태워줄 작은 승합차가 왔다. 그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창 밖을 보며 일주일이 채 남지 않은 이번 여행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다.


'영화처럼 하이라이트 가까이에는 항상 결말이 있기 마련이야.'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뉴질랜드의 가수로 16세에 빌보드 1위에 오른 Lorde의 Royals를 들으며 이번 여행의 마침표 뒤에 새로운 시작이 있기를 바랐다. 아니, 누군가와 비슷한 시작이 아닌 노래의 가사처럼 내가 '나만의' 시작을 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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