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타 타워
갈라타 타워로 가는 길은 항상 북적거린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르는 갈라타 다리 위에는 고등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다리의 시작부터 끝까지 지네 발처럼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고 다리 밑에는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줄지어있다. 아시아 지구와 유럽 지구를 이어주는 배가 시간에 맞춰 드나드는 카라쾨이 항구는 항상 사람들로 꽉 차 있다. 각종 농기구와 건설용 자재 가게들이 많아 이리저리 대차가 움직이고 신식 트램과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테르사네 도로를 건너 145년째 운행 중인 오래된 지하철 튀넬 역을 지나 비릿하지만 고소한 고등어 굽는 냄새를 뒤로하고 걷다 보면 갈라타 타워로 가는 언덕길이 보인다. 길 좌우로는 분위기 있는 카페와 바들이 줄지어 있고 건물과 건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은 길을 노랗게 칠한다. 카페에서 차이와 터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언덕길 중앙에 서서 갈라타 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낸다. 상점들의 노래와 웃음소리 가득한 언덕길 가장 높은 곳에 갈라타 타워가 있다.
갈라타 타워 정상에 오르면 멋진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보스포루스 해협과 골든혼 그리고 유럽 지구와 아시아 지구로 나눠진 이스탄불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고 유심히 보면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 톱카프 궁전까지 보이는 뷰 포인트다. 갈라타 타워도 상처가 많다. 십자군 전쟁 때 파괴되어 재건했고 오스만 제국 때도 여러 번 재건해야 했다. 그리고 1960년대 화재와 적의 침임을 감시하기 위해 사용되던 갈라타 타워는 내부 보수를 마치고 나서야 일반에게 개방되었다. 누구나 입장료만 있다면 타워 정상에 올라 이스탄불을 내려 볼 수 있는 것도 약 60년 밖에 되지 않은 셈이다.
갈라타 타워는 여러 옛 이름이 있다. 제노바 인들은 그리스도의 탑, 비잔틴 인들은 거대한 탑이라는 의미의 메가로스 피르고스라 불렀다. 그리고 헤자르펜 타워라는 이름이 있다. 비행에 대한 꿈은 오랜 기간 인간을 사로잡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새의 날개 모양을 닮은 날틀을 이용한 오니솝터와 나선형 구조의 장치를 이용해 하늘을 나는 상상을 했다. 그 후 오토 릴리엔탈의 글라이더, 몽골피에 형제의 열기구를 거쳐 400년이 지나 라이트 형제의 동력 비행기인 플라이어 호가 하늘을 날 수 있었다. 헤자르펜 타워라는 이름의 의미도 같다. 오스만 제국 때인 1638년 '헤자르펜 아흐멧 첼레비'는 자신이 만든 날개로 갈라타 타워 꼭대기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 아시아 지구의 위스퀴다르 언덕까지 날아갔고 갈라타 타워의 옛 이름들 중 하나에 자신이 품었던 비행에 대한 꿈을 새긴 것이다.
한 종교의 구세주인 그리스도. 그의 탑이라는 의미와 거대하다는 의미를 가진 옛 이름들 사이에 자리 잡은 또 하나의 이름 헤자르펜. 성자의 이름들과 추상적으로 위대함을 보여주려는 단어들로 만들어진 이름보다 어쩌면 평범했을 그의 이름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헤자르펜 아흐멧 첼레비'가 하늘을 날아 보려던 꿈을 가지지 않았다면 없었을 이름. 갈라타 타워와 함께 항상 기억될 그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에 더 위대한 걸지도 모른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내 생각은 다르다.
'난 꿈을 꾸고 있어.'로 시작하는 가사와 차분하고 신비로운 목소리의 Shaed와 Zayn 부른 Trampoline을 들으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스탄불을 감상하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