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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소민 Jan 03. 2018

책상과 의자

20180102

내가 자라는 동안, 학교 선생님이었던 아빠 때문에 집에 책상이 없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밤늦게 교재 연구를 하는 아빠 책상 옆에서 놀다가 위를 올려보면 스탠드 불빛 아래서 종이가 바스락 거렸고, 연필로 사각사각 뭔가를 쓰는 아빠가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난 기분이 좋았다.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우리 세 형제에겐 각자 책상이 생겼다. 고학년에 되면서 책상이 나무책상에서 유행하던 시스템 책상, 오피스 스타일의 책상으로 총 두번 더 바뀌었고, 이젠 더이상 본가에 옛날 내 책상이 없다.


서울에 살면서 쓰던 책상은 재작년 말쯤 쇼파를 놓으면서 없애고 식탁을 책상 대용으로 썼다.

하지만 올해는 책상이 몹시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이미 물건도 봐두었고 그 책상을 하루에 세번 정도는 생각해보면서 흐뭇해하고 있다.

넌 참 아름다운 책상이구나




이제 의자와 스탠드를 고르는 단계. 그런데 보면 볼 수록 의자는 참 신묘한 물건이다. 다양한 표정과 자세를 담고 있는 그 의자들을 감상할 수록- 푹 빠져든다. 저 의자에 앉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며 보는데, 어떤 의자는 일어나기가 싫을 정도이다. 대개 그런류는 값비싼 편이다. 적당한 가격에 아름다운 모양 그리고 편안함까지 주는 의자를 찾는 건 쉽지 않다. 그래도 내가 고른 책상에 찰떡처럼 어울릴 의자를 만날 것이다. 왜냐면 그런 의자를 찾을 때까지 계속 검색할 테니까.


그런데 문제는-

놓을 자리를 아직 만들지 못했다는 것.

내집에서 책상을 물러가게 한 장본인인 쇼파에

오늘 저녁에 앉았다가 누웠다가 하며 한시간을 고민해봤지만 답이 안나왔다.


그래서 동생에게 영상통화를 걸었고 우린 입씨름을 하며 ‘책장을 하나 없애거나, 쇼파를 빼야된다, 침대를 없애라’는 둥 갖은 머리를 써보았지만 결론이 쉽게 나지 않았다.

나도 평수에 대한 고민 없이 놓고 싶은 물건을 편하게 놓고 즐기고 싶다. 하지만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기 전에 일단 해볼 수 있는 방법을 써서 최대한 깔끔하고 예쁘게 꾸며봐야겠다.

이제 다시 집을 좀 돌보며, 살아야할 때인 것 같다.

그리고 최선의 선택으로-

오래된 책들을 버리고,

책장 하나를 버리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책장정리를 해야할 시기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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