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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소민 Dec 18. 2016

할아버지의 수첩

언젠가 친할아버지의 병상일기를 읽었다.


내가 아주 어릴 적, 화로에 밤을 구워주셨다던 분. 내가 태어나기 전, 첫 손녀라고 이름을 손수 성명학 책을 보시며 지어주셨다던, 하얀 옥돌 처럼 깨끗하고 맑게 자라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 이름 속에 선물 처럼 담으셨던 분.

그 분은 어린 내가 웃고 노는 모습을 보시며 저렇게 쾌활한 아이가 다 있나. 하고 즐거워하셨다고 한다. 그게 나와 할아버지에 관련된 이야기로 전해들은 것의 전부이다.


어느날 그런 할아버지가 어떤 분이셨는지 몹시 궁금해져서, 삼천장 구석에 든 일기를 몰래 펴보았다.

간암으로 투병하실 때의 하루 하루가 정서된 글씨체로 빼곡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상심이나 불안의 마음을 읽기는 힘들었고, 오히려 당신 스스로를 낱낱이 조사하는 듯한 면밀함이 돋보여 놀라웠다. 그건 마치 '죽음을 향해 가는 몸'이라는 낯선 행성을 탐사하는 탐험가와 같았다.


갑자기 왜 이 생각이 들었냐면...

이 나을 기미가 안보이는 기침 증세가

1년이 다 되어 가기 때문이다.

1월 초 전애인과 헤어진 후 부터 시작...


계속 이 병원 저 병원 다니고, 이 약 저 약 다 먹어보고 백방으로 좋다는 걸 다 해봐도 안 낫자... 거의 포기한 것인데.

심지어 이걸 심각하게 생각지 말고, 받아드리기로 한 뒤로는 아예 관리하는 것 조차 잊고 있었다. 마치 남의 몸에 일어나는 일처럼 무관심했다.

하지만 이런 무책임한 짓을 내가 1년이나 하고 있었다니!


문득 위기감이 든 것이다.


하여, 여러가지 실험을 해보고자 한다.

2016 올해가 가기 전에

기침 증상을 해소할 해법을 찾기.


1. 자기 전 무엿 큰 숟갈로 먹기.  2. 목 감싸고 & 베개 없이 자기. 3. 뜨거운 차 하루 세잔 마시기 4. 도라지 가루 먹기 5. 죽염 먹기 6. 방안 건조하지 않게! 7. 과일야채 많이 먹기 8. 가글 자주 하기 9. 하루 두 끼는 꼭 규칙적으로 챙겨 먹기. 10. 반찬만들기. 웅? 밥 하기... ㅎ 청소하기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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