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소민 Jun 28. 2018

낭만의밤

나의 불어수업

다연샘이 이사한 집에 수업을 받으러 갔다.

울회사 근처로 옮기셔서 한달음이었다.

창가에는 내가 작년에 러시아에서 사온 에그공예품을 소중히  진열해놓고 계셔서 감동이었다.

난 그걸 선물했던 것도 깜빡 했었는데 말이다.

그 옆에 마트료시카는 선생님께 불어를 배우는 다른 모녀학생이 드린 거라고 했던 것만 쏙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는 아직 여남은 인생에 이루고자하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차를 마셨다. 나는 우리가 그 일들을 서로 이뤄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것을 안다.

왜냐면 2년 동안 내가 선생님에게 했던 말들이나 선생님이 내게 말했던 계획들 중 상당 부분이 이미 이뤄져있기 때문이다. 그건 참 신기한 일인데 가끔 그런 관계들이 있다- 순수하게 응원하게 되고 돕고 기도하게 되는.


수업을 하면서도 난 맘 속으로 늘 감사했는데, 그건 내가 반과거랑 조건법을 만날 헷갈리는데도 한 17번은 더 말해주실 수 있을 정도로 늘 인내심과 너그러움을 보여주시는 그 방식 때문이다.


수업을 끝내고 순댓국을 먹으러 가면서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는 400번의 헛짓거리로 번역되야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식사 후 새로 산 차로 집에 데려다주셨다.

정밀아의 낭만의 밤을 들으면서.

다음엔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자는 신나는 계획도 나누면서.

누군가 이렇게 데려다주는게 하도 오랫만이라서

이 보살핌 받는 따뜻한 느낌에 마음이 금새 몽글몽글 했다. 흑흑

선생님은 낭만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라고 물으니 선생님은 ‘누군가와 함께 사랑을 주고 받는 것’ 이라고 말하셨고,

나는 ‘아무날도 아닌데 선물받는 꽃 한송이 같은 것’ 이라고 맘 속으로만 생각했다.

오늘이 그 꽃 한송이 같은 예쁜 밤이었구나. 하는 건 집에 와서 침대에 푹 파묻혀 누운 뒤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Vlog 여름엔 수영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