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어수업
다연샘이 이사한 집에 수업을 받으러 갔다.
울회사 근처로 옮기셔서 한달음이었다.
창가에는 내가 작년에 러시아에서 사온 에그공예품을 소중히 진열해놓고 계셔서 감동이었다.
난 그걸 선물했던 것도 깜빡 했었는데 말이다.
그 옆에 마트료시카는 선생님께 불어를 배우는 다른 모녀학생이 드린 거라고 했던 것만 쏙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는 아직 여남은 인생에 이루고자하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차를 마셨다. 나는 우리가 그 일들을 서로 이뤄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것을 안다.
왜냐면 2년 동안 내가 선생님에게 했던 말들이나 선생님이 내게 말했던 계획들 중 상당 부분이 이미 이뤄져있기 때문이다. 그건 참 신기한 일인데 가끔 그런 관계들이 있다- 순수하게 응원하게 되고 돕고 기도하게 되는.
수업을 하면서도 난 맘 속으로 늘 감사했는데, 그건 내가 반과거랑 조건법을 만날 헷갈리는데도 한 17번은 더 말해주실 수 있을 정도로 늘 인내심과 너그러움을 보여주시는 그 방식 때문이다.
수업을 끝내고 순댓국을 먹으러 가면서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는 400번의 헛짓거리로 번역되야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식사 후 새로 산 차로 집에 데려다주셨다.
정밀아의 낭만의 밤을 들으면서.
다음엔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자는 신나는 계획도 나누면서.
누군가 이렇게 데려다주는게 하도 오랫만이라서
이 보살핌 받는 따뜻한 느낌에 마음이 금새 몽글몽글 했다. 흑흑
선생님은 낭만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라고 물으니 선생님은 ‘누군가와 함께 사랑을 주고 받는 것’ 이라고 말하셨고,
나는 ‘아무날도 아닌데 선물받는 꽃 한송이 같은 것’ 이라고 맘 속으로만 생각했다.
오늘이 그 꽃 한송이 같은 예쁜 밤이었구나. 하는 건 집에 와서 침대에 푹 파묻혀 누운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