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플래닛 (La planète sauvage)
프랑스 르네 랄루 감독의 1973년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플래닛입니다.
한국어 제목은 이러하고 영문으로는 The Savage Planet 입니다.
야생의 행성이라고 보면 되겠죠. 여기서 이 야생의 행성이 어딘지는 영화를 다 보신 후에
각자 생각해보시고 판단해보시면 되겠습니다. ^ ^
줄거리>
푸른 거인 외계족 트라그가 사는 이얌 행성은
인간과 흡사한 옴족을 애완동물로 데리고 살고 있는 곳입니다.
지구에서는 보기 드문 희귀한 식생이 번성한 별인데, 그 풍부한 상상력 넘치는 그림들을 보는 것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화면마다 초현실주의 그림이나, 철학적인 일러스트가 떠오르며 아름답습니다.
트라그족은 이얌 행성 인근의 행성과 은하 및 우주에 대한 지식을 해드폰을 쓰면
자동으로 그리고 영구히 학습되고 기억되는 기술력을 가진 지적 존재입니다.
이들은 정치도 그리스 아테네식으로 서로의 의견들을 균형있게 수렴하는 민주공화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명상으로 보냅니다.
이때 명상을 하면서 온 신체가 액체처럼 분리되며 서로 섞이는 모습과 영혼만 둥둥 떠서 어디론가
날아가는 모습은 처음 봤을 때는 무척 충격적이었습니다.
저건 상징일까 혹은 실제로 명상체험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느낌일까... 궁금했습니다.
2020년 3월 2일 사트님과 함께한 월요일 명상을 하면서 이 영화가 떠올랐고, 좀더 깊은 의식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지도 덕분이기도 했고 또 이 영화를 보고 느꼈던 감상과 풀리지 않았던 호기심
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명상과 의식의 전환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들과 함께 보거나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간단한 영화의 요약이었고 이 뒤에는 영화의 구체적인 후반부의 내용이어서
영화를 보기 전에 흥을 잃고 싶지 않은 분은 꼭 ㅇㄹ티비 등의 VOD로 ㅎ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음악도 신비롭고 화면도 장면장면 아름다워서... 좋은 화질과 음향으로 복원된 영상을 보시면 참 좋겠습니다.
저는 오래전 시네마떼끄 특별전에서 처음 봤고 그 이후에 몇번 더 봤습니다.
불어원본이라 유튜브에는 한국어 자막본이 없어서 이곳에는 영화 트레일러만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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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그 원로의 딸인 티바의 애완 옴인 테르는 트라그의 헤드폰으로 지식을 습득하면서 지성인으로 성장합니다.
테르는 탈출을 하여 원시 옴족들과 함께 있으면서 옴족을 교화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지배했던 트라그인이 명상을 통해 새로운 영혼과 생명을 탄생시키는 춤을 목격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헤드윅에 나오는 신화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하고, 남성과 여성의 구분 혹은 인종과 종족의 구분들에 대해 좀더 관대하고 관용적인 우주적 의식에 대해서 떠올려보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영혼의 춤을 추고 있을 때, 옴족은 그동안 지배 받던 민족의 설움을 담아 공격을 개시하고
무방비였던 트라그는 항복합니다. 물리적으로 월등한 트라그를 테르의 지혜로 이긴 옴족은 승리하게 되고,
그리고 옴족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수 있게 됩니다.
그 행성은 어딜까요?
프랑스어로 homme 은 남성, 인간을 뜻합니다
그리고 주인공 이름인 테르Terre 는 지구 라는 뜻입니다 :)
감상>
이 영화에는 트라그 족이 사는 공간과 그들의 영혼이 떠나서 짝짓기를 하는 공간
그리고 옴족이 이동하여 사는 행성 이렇게 세 공간이 있습니다.
트리그족이 사는 이얌 행성에서 옴족은 벌레처럼 매일 불안, 분노, 공포와 수치심을 느끼면서 살아갑니다.
낮은 차원의 의식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티바의 사랑으로 잘 돌봄을 받은 애완 옴족 '테르'만 달랐습니다. 그리고 그런 테르는 그가 다른 옴족을
깨어나게 하죠. 더이상 트라그에게 지배되지 않고 자신들의 자주성을 주장하고 주체적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위대한 지적 영성적 승리라고 생각이 됩니다.
여러가지 명상적으로 재미있는 점들을 또 발견할 수 있는데 트라그들의 시간과 옴족의 시간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옴족의 1년이 거인족 트라그에게는 1주일인데요. 그만큼 물리적으로 지적으로 큰 존재들에게는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의미일까요? 이건 의문으로 남습니다. 명상을 하거나 어떤 특별한 만남 속에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이 상대적으로 무척 빨리 흐르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그 지점과 상관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또한 고도의 지적 생명체들은 명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과 그들의 명상법, 심지어 명상으로
생식 생산활동을 하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이얌 행성을 채우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바로 명상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과학이 더 발달한 미래 사회에는 정신문화, 영성, '명상'이 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마지막에 현명한 트라그족도 옴족에 복수하기를 선택하지 않고, 명상인들 답게...그들의 인권을 존중하며 평화롭게 협약을 맺습니다. 참 성숙한 인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노예이자 벌레였던 그들을 인격적으로 동등히 대우하고, 터전까지 보내는 관용.
이 영화는 무척 정치적이면서도 또한 철학적이고 명상적인 영화입니다.
사실 옴족은 테라 라고 하는 별에서 왔는데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듯한 모습이죠.
묘한 기시감이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실 본지 오래 되어서 상상 속에서 좀 바뀐 부분이 있는 건 아닌게 싶기도 하네요.
소설 원작이 있다고 하니 이 영화와 책에 관심있는 분들은 꼭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