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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소민 Jul 15. 2020

피라미가 아니라 고래라도 괜찮아

명상 일기 3일 

6월 29일, 7월 1일, 13일 아난다 선생님과 함께한 명상이었습니다.


+

명상을 하면 다양한 것을 보고 느끼는 편인데, 

29일에 했던 명상에서는 처음 느껴보는 경험을 가졌습니다.


현재 만나는 사람이 있는데,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끝까지

그 사람이 계속 함께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옆이나 앞에 있는 것도 아니고, 마치 투명하게 포개어져서 하나인 것 같은 느낌. 

한 자리에 앉은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잡념은 없는 상태로 무척 평화로웠습니다.


올해 들어 진정으로 솔 메이트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통하는 부분도 많지만 서로 다른 부분들도 배려하고 있고 무엇보다 소중하게 아끼고 

있기 때문에 생각나는 건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명상을 하면서 느낀 건 단지 좋아해서 라기보다는 서로 떨어져 있어도

일체 되어 있다는 실제적인 느낌이었고 무척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의식 속에서... '왜 나는 네가 아니고 나일까?'라는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네가 나이고 내가 너 인가. 명상이 끝나고도 이런 의문이 남다 보니, 연인 간의 일체감이란 것이 

서로 사이가 좋고 애틋하게 좋아할 때만 그런 것인지, 혹은 의존하고 있는 것인지 싶었습니다.


+

지난 1일에 명상을 할 때는 연인이 제 안에 자리했던 느낌처럼, 

저의 가족 한 명 한 명, 친척 한 명 한 명... 핏줄로 연결된 사람들이 차례로 영혼으로 와서 

연기처럼 머물다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평소에 전혀 가깝다고 느끼지 않았던 친척 조차 

29일에 했던 명상 때와 다름없이 일체감을 느꼈기 때문이 신기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존경하는 외할아버지를 생각할 때는 마음이 가장 평온해졌고...


... 평생을 참으로 이상하게 충분히 가까워지지 않는 관계인 엄마를 ㅎ 생각하자 눈물이 났습니다. 

가족이라고 해도 편안함 보다는... 함께 있는 에너지에서 몹시 불편함을 많이 느끼는 관계. 

내 피와 뼈를 구성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이기에 일체감이 당연히 있을 법 한데, 

서로 상처를 주며 살아온 시간이 사랑을 주며 지낸 시간보다 많아서 이렇게 우리가 하나인데 

잘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미안함과 감사함이 들었습니다. 또한 엄마를 미워하거나 밀어내는 행위에는

내 안에 내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들 때문이기도 하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켜켜이 쌓인 감정들은 서로 쉽게 없어지지 않겠지만 제가 더 수련을 해야 하는 이유가 

나를 찾고 내 영혼을 더 성장시켜 편안하고 자유로워지는 것임과 동시에 

바로 가장 가까운 사람과 해결할, 무엇보다 나 스스로와 해결해야 할 까르마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

어제인 7월 13일에 한 명상에서는 '당신이 떠난다, 당신이 돌아온다' 

'그것이 나를 떠난다, 그것이 내게 돌아온다' 

이 문장들이 내면에서 마치 주문처럼 맴도는 걸 들었습니다. 

최근 서점에서 anxiety로 공황이 한번 왔고, 며칠 뒤 제가 키우는 토끼가 심하게 아파서 낫게 하느라 

회사를 못 가고 수련에도 참석을 못했습니다. 

떠난다 라는 말에 놀라지 않도록, 돌아온다 라는 말에 설레지 않도록.  떠난다 돌아온다 라는 말이 

계속 반복되는 하얀 백지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떠나고 오고 또 떠나는 많은 인연들을 돌아보았고,

미시적으로 들어갈수록 오늘 하루 나를 구성하기 위해 온 것들과 떠난 것들... 자연으로부터 온 양분과 햇빛과

또 자연으로 돌아가는 피부의 각질들과 머리카락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살고 죽는 세포들... 의 순환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스타워즈에서 엔딩 크레디트가 우주로 뻗어가는 것 같은 모양의 빛의 소실점이 생긴 우주공간에 떠있었습니다.

우주의 공간에서 보면 무엇인가 가고 오는 것,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이 상대적인 시간과 공간이기 때문에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한 모든 개념도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것을 느꼈습니다. 

'넌 바윗덩어리 같이 나를 누르는 일도 조약돌처럼 여기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라고 했을 때  

'사실 인생은 지나고 보면 현재 밖에 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과 같아'라고 했던 애인의 말도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그 말을 들을 땐 한참 그 말을 음미해보기만 했었는데, 명상 중에 그 말을 몸으로 체험하는 경험을 해서 

놀라웠습니다. 

이제 깊은 내 속의 긴장감과 두려움 등을 놓아버리고 릴랙스 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그러더라도 소중한 것들이 떠나면 슬픔이 일어나겠지만 그 감정에 빠지지 않고 나올 수 있는 힘이 

명상을 하면서 조금씩 길러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제 체크업 시간에 아난다 선생님으로부터 안심이 되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이 느끼고 섬세하게 느끼는 것, 감정의 진폭이 큰 것 등을 병으로 여기기보다 

진폭만큼 깨달음이 더 깊을 수 있기에 괜찮다는 이야기. 


조금 먹고 조금 싸는 피라미처럼 못 산다면 

고래처럼 많이 느끼고 여러 바다를 거쳐 

차원을 넘실 넘실 넘으며 살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명상 나눔에 대한 피드백 정리  

- 섬세함과 감응력이 높다. 일종의 타고난 재능 같다. 세밀한 관찰 공유 감사하다.

- 나눔 감사하다. 수련과 명상을 통해 감정에 빠져도 알아차릴 수 있는 힘과 밸런스를 잡아주는 것을 느낀다

- 글을 읽으며 너무도 많은 자각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누군가 또 이 글을 통해 건강한 의식 성장을 할 수 있다면

  이 보다 큰 안내자가 없을 것이라 여긴다. 함께 수련할 수 있어 감사하다.

- 관찰일기를 써보면 좋을 듯하다. 글솜씨와 섬세함이 많은 울림을 준다.

- 너무나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경험 나눔이었다.

- 여러 바다 거쳐 차원을 넘실넘실 넘길 기원 한다.

-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통해 일체감을 느끼고, 그것은 세상 모든 것과 연결된다는 것. 나는 너 너는 나 또 는 나는 우주 공간 속 상대적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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