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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야서> 한샤오궁

by 곽소민


한샤오궁의 『일야서』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혼돈의 기록처럼 느껴졌다. 개인의 고백록이자 사회적 성찰이기도 하다. 문화 대혁명이라는 거대한 시대의 폭력 속에서 어떻게 정의가 사라지고 인간 존재가 어떻게 무너지고, 또 어떤 방식으로 인간들이 살아남으려 발버둥 쳤는지에 대한 처참한 회고록. 하지만 각 챕터의 일련번호가 모두 뒤섞여있는 파일을 하나씩 열어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 이야기는 시간 순으로 흐르지 않는다.


일야서라는 제목은 ‘낮과 밤’, ‘밝음과 어둠’, ‘이상과 현실’, ’ 정의와 폭력‘ ‘혁명과 세속’ 등 서로 대비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50년대 생 중국 지식청년들이 마오쩌둥이 주도한 문화 대혁명 시기에 ‘상산하향’이라는 ‘농촌으로부터 배우기’ 운동 시기에 겪은 일을 담은 소설이다. 이때 그들은 심각한 수준의 인권 문제를 겪고 과한 노동에 시달렸다. 또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시기가 이어져 돈이 최고의 가치가 돼버린 세상에서 사람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군데군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상실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의 삶은 극단적이고 비참했다. 하지만 그 속에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해학미가 있어 별안간 웃고 마는데, 이것이 그냥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던 일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그 웃음조차 죄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인민’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인간은 개별성을 잃고, 욕망은 억압당한다. 심지어 한 개인의 의견과 생각조차도 검열된다. 그 안에서 인간은 인간이길 포기하고, 반대로 더 잔인해진다. 소설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인간성의 파괴와 뒤틀린 모습은 단지 그 시대 중국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권력과 이념이 개인의 삶을 덮칠 때 벌어지는 보편적인 비극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건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에게도 존재했을 시간들이었고, 인간 실존의 문제였다.


책을 읽으며 나는 한국 사회에 짙게 깔려 있는 중국에 대한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혐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고, 내 감정도 돌아보게 되었다. 분명 나는 중국 문화가 가진 훌륭함을 인정하고 중국 고전 문학도 감탄하며 탐독했고 특히 한자를 어려서부터 참 좋아했다. 중국 차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사랑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나라의 문화라도 자신들의 것이라고 왜곡하거나 중국 정부가 한반도의 역사를 중국사 속에 포함하려는 역사 왜곡 시도가 있었던 동북공정 등으로 우리나라 역사 정체성을 건드렸다. 또한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이 우리에게 정치, 경제적 보복을 하면서 점점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들이 쌓이게 되었다. 여기에 티베트나 신장 위구르 지역 및 소수민족들에게 가하는 극악한 비인권 문제, 홍콩 탄압 등 비민주적인 중국의 모습이 이 나라에 대해 있던 호감도 거두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혐중 정서를 증폭시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그러한 감정이 더 깊이 뿌리내린 것 아닐까. 그 속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가진 위력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물론 선량한 중국인 개개인이 가진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통치자들이 이끄는 주된 의식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살아가지만, 그 문명은 어느 순간, 누구에게나 무너질 수 있다. ‘일야서’는 그 무너진 문명의 폐허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파괴되고, 또 어떻게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읽고 난 후, 나 자신 안의 편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편견은 ‘잘 알지 못함’에서 온다. 우리가 그토록 편견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지만 이런 책을 통해 역사적 맥락과 그들의 실제 삶이 흘러온 바탕을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간접 참여해 보며 그들을 알아가며 조금은 지금 현시점의 중국을 이해해 볼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이해하고, 자각하고, 그 감정을 돌이켜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한 나라의 아픈 시대를 고발하는 소설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묻는 거울 같은 작품이다. 한밤에 펼쳐 읽는 책과 같이 깊은 어둠 속의 시절을 우린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





아래는 한샤오궁 작가 인터뷰>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작가는 요즘 사람들이 정신적인 것보다는 돈 버는 것에 관심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돈이 우리 생각만큼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자신은 200명 남짓한 주민이 사는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살며 현재 돈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일깨우기 위해 이러한 책들을 쓰고 있는데 한국에서 자신의 책이 인기가 많은 이유에 대해서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122041?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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