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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소민 Feb 21. 2017

170220

응급실 갔다 옴.

저녁에 혜화에서 한상율 선생님이 새로 연 컨템포러리 댄스 클래스를 위해 밥도 먹고, 준비하고 있던 중이었다.


낮에 장보러 다녀 그런지, 힘이 없어, 침대에 누워 음악을 잠시 듣고 있었다. 평소처럼 그냥 기침하다가 모로 누웠는데 또 그 전 처럼 흉통이 왔고 숨쉬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 놀라서 구급차를 부를까하다 걸을 수 있는데 까지 걸어가자 싶어, 밖으로 천천히 나와 택시를 타고 서울성모병원에 갔다.


응급실은 붐볐고, 아픈 사람이 풍기는 특유의 냄새로 기분이 별로였다. 특히 여자보다 남자에게서는 더 심한 냄새가 났다- 사람들이 모인 쇼파에 앉아서 환자들이 의사 간호사와 나누는 악다구니가 덤이었다. 참기 힘들어 나는 구석에 가만히 서있었다. 앉으나 서나 아프긴 매한가지였다. 그러다가 거울 속 초췌한 모습을 보며, 지금 내게도 병자의 향기가 나는 건 아닐까 흠칫 놀랐다.

다행히 모자는 썼다.


피검사, 엑스레이, CT를 모두 다 찍고 그 사이 마다 진료를 받았는데, 이미 알고 있던 근종 외에 크게 발견된 것은 없었다. 진통제를 맞아 통증도 곧 사라졌다. 다만 피 뽑을 때, 12월 말 혈관 터졌던 일이 불쑥 생각나서 잠시 괴로움을 참았다.

생각이 병이다.

곧 외래 진료를 볼 예정.


피 뽑는 남자 간호사 한분이 출중한 아이돌 미모와 뱀파이어 같은 백옥 피부, 여기에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묘한 매력을 가졌다. 그 와중에 노벨로 피노티의 조각 작품을 볼때 처럼 진지한 자세로 그분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이런 일이 흔하지 않은지, 전혀 눈빛을 못 맞추고 동공이 떨리고 있는 그분께 갑자기 좀 미안해졌다. (잘생겨서 쳐다본거니, 오해 마세요.) 성형을 하지 않고 그런 모습이라면, 왜 연예계 진출하지 않으셨는지, 여러 사람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실 수도 있을 텐데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그가 남자라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병원에 피 뽑는 건

이제 어렵지 않을 듯 하다.



그동안 몸에 큰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늘 걱정만 키웠는데, 약간 안도했다.

하지만 솜털이 보송한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본 것이라 정확하게 집어냈다고 보기 어렵다. 그 분들도 전문의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시인했다.


심지어 장염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던 분은 (누워서 듣다가 눈을 꼭 감고 '그건 정말 아닙니다-'라고 했지만 끝 까지 주장하는 모습이 누군가를 닮은 듯.) 기어코 장염약을 내 손에 들려줬다.

'혹시 모르니까요.' 라며.


집에 와서 장염약과 진통제가 든 약봉지는

멀리 치워 놓고 로즈마리 차를 마신다.



3월의 러시아를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난다. 하지만 그 사이

해결해야할 과제들과 나에게만

더 집중하기!





내일


-서촌 소영 감독님과 저녁 약속.

-교보가서 책 사기


- 점심 : 오늘 낮에 장본 것들로

   미소된장국, 치킨 카라아케 만들기

   용감하게 먹기-


- A프로젝트 시놉시스 작업


- 독서 : 평행우주.

- DELF : 동사변화 및 인터뷰 응답 정리


아픈 곳을 부여잡고 택시를 잡으러

나가는 길에 마주한 교차로가 갑자기

새롭게 보였다.


좌회전, 우회전, 유턴 다 가능하더라도

이제 날 위해서

직진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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