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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Yoonher Nov 13. 2020

7년 전 진로고민 :: 직장인 대학원


며칠 전, 찾을 자료가 있어서 메일함을 열고 페이지 끝까지 뒤져야했다. 그러다 우연히 오래전 메일을 발견했다. 자그마치 7년 전, 진로고민 상담을 위해 보냈던 메일. 일면식 없는 분께 혹시나 하고 보낸 메일이었다.


-----Original Message-----


From: 

To: 

Cc:

Sent: 2013-10-13 (일) 11:54:44

Subject: RE: 상담신청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우연히 국제경영에 대한 검색을 하다가 혹시나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 기대로 글을 남겨봅니다.

저는 3*살 여자, 현재 **에서 MD로 근무 중입니다.

박사를 해서 후에 학교로 가고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경력 10년 넘어가면서 이직의 더 좋은기회가 있었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나누면서 학생들 성장을 돕는 일에 더 관심있다는 것을 깨닫고 길을 찾고 있습니다.


연구목적 보다는 실질적인 경험을 나누는것이 목적이라 커리어코치 등에 대한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제까지 쌓아온 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나눌 수 있고 진로상담 할 수 있는 일로 학교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제 스펙상 가능할지 직장생활보다 어떨지 여러생각이 듭니다. 저는 돈 보다는 강의, 책을 쓰고 꿈을 나누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학력은 아래와 같습니다. 유학은 첫 회사 퇴사하고 다녀왔고, 대학원은 회사 다니면서 졸업하였습니다.  

*대 경영학 / 의상디자인 복수전공

밀라노 마랑고니 패션바잉 석사

*대 브랜드매니지먼트 석사


경력사항은 총 11년으로 대기업, 현재 외국계기업 재직중입니다. 학교에서 특강을 하고나서 강의의 꿈을 키워왔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박사를 할 수 없는 환경이라 길을 못찾고 있습니다.


학부전공이 경영도 있으니 박사를 국제경영으로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패션마케팅은 박사가 많아 저만의 희소성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30대 지금이 20대보다 더 고민되고 생각이 많아지는것 같습니다. 교수님의 귀한의견 기다려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7년 전의 내가 썼던 메일을 보는 느낌은, 마치 다른 사람의 메일함을 훔쳐보는 느낌이랄까. 책을 쓰고싶다는 말도,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도 새로웠다. 돈보다는 책쓰고 강의하며 살고 싶다는 말도 귀여웠다. (인생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게 아님을 그땐 잘 몰랐다. 선택의 기로라고 생각하며 방황 허허)


고민이  최고조에 달했던 잠못 이루던 밤들. 30대 중반이 넘어서고 "이게 내가 원하는 일인가?" 좋다는 회사의 허울이 벗겨지고 <일>의 의미 같은 것을 찾기 시작하던 때.   


그즈음, 헤드헌터를 통해 S백화점 편집샵 바이어로 이직에 성공했다. 다시 남에게 보여지는 화려한 옷을 입고 오너와의 파리출장이 갑갑했던 나는, 당돌하게 인사팀에 전화를 걸어 입사포기 의사를 밝혔다. 아마도 그때, 한꺼풀 포장을 벗어버리고 스스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던시기였던 것 같다.


이듬해, 퇴사하고 박사를 시작했다. 여러 현명한 분들의 조언이 있었다. 의견도 반반이었다. 교수가 되기에는 어려운, 이미 늦은 나이였다. 그렇다고 연구나 공부를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어쨌든 마음이 그렇게 움직였다. 2014년에 시작한 박사과정은 중간에 일 하느라 이제 3학기 째다. 일과 공부를 길게 병행하는 것이 오랜습관처럼 되었다. 자연스럽고 편한 방식처럼.


7년이 지난 지금, 진로고민은 해결되었는지?


해결되기도 했고 다른 일들이 진행중이기도 하다.



: 잘한점이라면 뭐든 행동하고 시작  .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고민과 질문은 의미 있었다.

: 진로고민 이후,  곳의 회사에서 리더 / 기획자로 경험 쌓아 나눌  있는 경험이  단단해진 .


: 진로고민은 정답이 주어져서 '!' 이런 문제가 아님

: 계속 성찰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

: 반복되는 실패와 성공의  = 최종적으로 본인이 싶은 일을  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7년 전 10월 이후, 나는 생각하지도 못한 여러가지 일을 만났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꿈에 다가가기 위해 다시 학교에 입학했다. 정답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일단 시작. 다른 일과 경험을 통해 하고싶은 일이 확장되고 있다.



매년 꾸준히 학교에서 MD, 상품기획, 패션 라이프스타일 유통 트렌드 특강을 했다.


이직을 해서 700여명 직원들 교육과 평가를 하고 플래그쉽 스토어 30여개 오픈총괄을 했다. 이직과 자아고민경험을 담은 에세이를 출간했다. 다시 이직한 스타트업에서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런칭 기획자로 20여명의 팀원들을 코칭하고 뛰어다닌 결과 업계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제 3자 시각으로 이제까지 한 일을 구체적으로 써보니 새롭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다. 7년 전 나는 절망적인 마음으로 그저 대학원을 가면 무언가 꿈꾸던 문제가 해결될 줄로만 알았던 것 같다. 대학원은 많은 수단 중 하나지 목적이 아닌데 말이다.


예전 그때 헤매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 괜찮아, 그냥 하고싶은거 우선 해봐!

   또 알아, 그러다가 길이 생길지.

   우선 실행하기. Just do it!  


   힘들면 쉬어가고 다시 일어나고

   하고싶은 방향대로 차근차근 해나가면

   이루어 질꺼야. 그게 무엇이든- "


       


        뭐 어때, 떠나도 괜찮아 : 이기적 워킹맘의 자아찾기 나홀로 여행저자티라미수출판더블유미디어발매201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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