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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Yoonher Mar 10. 2021

무목적 달리기를 사양합니다.

퇴사, 나만의 속도로 산다


3월을 기다렸다. 봄이 오기를, 뭔지 모를 무언가를 기다렸다. 삶에 파랑새 같은건 어느 시점에 쨔잔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오늘을 꾹 눌러 담으면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다. 별일 없이 하늘을 보면서 좋다고 하고 사소한 일들에 많이 기뻐한다.


윤군은 개학을 하고 나도 개강을 했다. 아이의 학교와 나의 학교. 여러 사항을 조정하면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번 학기 박사 수료예정이라 우선 졸업시험과 영어시험 먼저 보고, 논문은 준비하면서 천천히 쓰기로.

급하게 몰아부치지 않으면서 해내는 타임라인을 잡고 있다. 아무런 목적없이 더 빨리, 더 높게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for what? 내 속도에 맞춰서 적당한 페이스를 찾아아가기. 아이러니하게도 일상에 빈틈이 많은데 스스로를 위한 적절한 리듬감 덕분에 하루하루 더 활기찬 느낌이다. 신기하게도. 왜 그럴까? 한참을 생각했다.


커리어를 쌓고 일을 하는 동안 나는 항상 바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더미 속에서 살았다. 주니어 시절부터 브랜드 기획 런칭이 대부분의 일이었기 때문에 정형화된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 회사원으로 일을 한 적이 별로 없었다. 많이 배웠고 즐겼다. 일에 과도한 열정을 쏟은 탓에 억울한 일도 종종 겪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열정을 쏟으며 능동적인 회사생활을 하는 만큼 내 삶의 주인은 내가 되지 않는 미스테리한 경험을 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었다. 마음 속에서 무시하던 내면의 목소리가 외쳤었지. 아 이제 다 그만. 내 에너지를 더 이상 이렇게 쓰고 싶지 않아! 라고.


아마도 지금은 삶의 운전대를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 잡고 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열정적으로 살면 내가 삶의 주인이 되는줄 알았는데 그 열정의 끝에 틀을 깨고 나서야 나 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A타입이 아니라 B타입으로 살고 있습니다. 라는 말이 아니다. 회사에서 열정을 쏟으면 안된다는 말도 아니다. 일과 나라는 존재는 분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하고 있는 그 순간에는 자존심을 걸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 하는 일에서 탁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열정과 에너지도 올바른 곳에 쓰여야 의미가 있겠지. 버텨야 할 때와 탈출할 때를 잘 아는 것. 인생은 모든게 타이밍. 어쨌든, A도 B도 아닌 C타입의 묘한 지점을 몸으로 체득하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며칠 후에 졸업시험 준비를 하면서, 왠지 이번학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쉽다. 지난학기의 통계, 공간기획 강의에 이어 이번학기에는 미술, 디자인, 패션에 대한 모더니티를 공부하는 디자인특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다루는 경영학과 마케팅 수업, 패션마케팅의 VMD강의를 신청했다. 배움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면서 끝까지 지금 하는 일 잘 마무리 하는 한 학기로 삼아야겠다.

3월에 만날 반가운 얼굴들. 나눌 기쁜 이야기들. 감사한게 많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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